[기고-정완순] 안전보건 확보의 타이밍
입력 2011-11-24 17:52
살아가는 데 아주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어떠한 일을 할 때 상황에 따른 적절한 행동과 조치 즉, 타이밍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면 성과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아무리 120점짜리 답안을 쓰면 뭐하나? 이미 시험시간은 끝나고, 답안지는 거두어 갔는데. 아무리 좋은 기획안을 제출하면 뭐하나? 이미 경쟁사에서 유사한 내용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차라리 기한 내에 제출하는 80점짜리 답안과 모자라는 기획안이 더 낫다.
야구경기에서 안타는 더 많이 치고도 진다거나 축구경기에서 슈팅 수는 더 많은데 지는 경기를 흔히 본다. 위로의 말로 “경기 내용에서는 이겼으나 결과에서 졌다”고들 한다. 그러나 이는 때를 놓치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하여 득점과 연결되는 안타나 슛을 만들어내지 못해 진 경기이다.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이 어디 이뿐이랴. 시험, 결재, 진학, 사회진출, 결혼 등. 작게는 일상생활, 크게는 인생에서 실패의 쓴 잔을 마시지 않으려면 시기적절(時期適切)이라는 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특히 시기적절이라는 말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누굴까? 바로 아기와 환자들이다. 이들은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없거나 정상인에 비해 떨어진다. 시기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보살펴 줄 수 있는 엄마, 가족, 의사, 간호사, 간병인 같은 보호자나 조력자가 필요하다.
아기들에게는 때에 맞춰 젖을 주고, 기저귀를 갈아주며, 예방접종을 해 주어야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암 환자도 상태에 따라 적기에 방사선, 수술, 약물 등의 치료를 해 주어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산업현장에도 이러한 아기와 환자가 있다. 신규 사업장과 재해발생 사업장이다. 제조업의 경우 설립 2년 미만의 신규 사업장 사고성 재해율(2.32%)이 일반사업장(0.84%)에 비해 2.8배 높다. 이들에게는 안전보건에 대한 노하우가 전혀 없다. 그래서 엄마와 같은 역할이 필요하다.
재해 발생 사업장의 29%에서 2년 이내에 다시 재해가 발생한다. 사고 당시 경황이 없었고, 수습하면 일단 해결된 것으로 본다. 재해발생의 근본적인 처방과 치료를 하지 못한다. 재발할 수밖에 없다. 역시 의사, 간병인과 같은 역할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산업현장에서 시기적절한 안전보건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산업재해 감소는 요원하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내년부터 ‘신규설립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지원 사업’과 ‘재해발생 사업장 적시 기술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장에 대한 시기적절한 케어(Care) 프로그램들이 산업재해를 선진국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완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경영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