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성의 성경보감(3)
입력 2011-11-24 10:18
‘한 일(一)’자는 ‘창세기’만 해석할 수 있다.
허신은 ‘說文解字(설문해자)’란 책에서 한 일(一)자를 ‘유초태극 도립어일(惟初太極 道立於一)’이라 하였다. ‘오직 맨 처음에 태극이 말씀으로 一에서 세워졌다’는 뜻이다.
흔히 道란 ‘길’이라는 뜻으로 알지만, 여기에서 道는 ‘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말씀 도(道)’자다. 사람이 가야 할 바른 길이란 뜻으로 길 도(道)의 의미도 후에 추가했던 것인데, 이것을 전주(轉注)라고 한다.
전주란 원래 뜻에 다른 뜻도 추가적으로 집어넣어 사용하는 한자의 사용방법인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길 도(途)’자도 있는데 뜻도 같고 음도 같은 글자를 왜 또 만들어 놓았을까? 그 이유를 살펴보자.
‘길 도(道)’자는 ‘우두머리 수(首)’자가 들어가 있는 글자이다. 우두머리가 다니는 길 즉, 고관들이 다니는 길은 아주 잘 닦여진 길을 뜻하였다. 그래서 이 道자는 요즘으로 말하면 잘 뚫린 고속도로이다.
그런데 또다른 ‘길 도(途)’자에는 ‘나 여(余)’자가 들어가 있다. 백성인 내가 다니는 길이므로 울퉁불퉁한 보통 길을 뜻한 것이다. 하늘의 道란 ‘항상 상(常)’자를 붙여 ‘상도(常道)’라고 하였다. 그래서 道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道가 아니라, 항상 있어야 하며 떳떳한 道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계절의 변화처럼 천체 우주는 영원불멸하다는 뜻이다. 이걸 ‘상도’라고 하였으니 이 ‘말씀 道’가 一에서 세워졌다고 하니 얼마나 정확하고도 놀라운 표현인가?
그것도 부족해서 허신은 덧붙여 말하기를 ‘조분천지(造分天地)’라고 하였다. 창세기 1장1절에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하고 이어서 2장 1절에 “천지와 만물이 다 이루니라.”고 기록되어 있다.
‘조분(造分)’은 만들었다는 것만 아니라 나누었다고 하였다. 무엇을 나누었냐면 작은 것도 아니고 ‘천지(天地)’를 나누었다고 하였다. 허신이 우주의 비밀을 모르고 어찌 이런 기막힌 말을 하였겠는가? 다름 아닌 ‘한 일(一)’ 자를 그는 천지를 나누어 만들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것도 부족해서 ‘화성만물(化成萬物)’이라고 덧붙였다. 천지를 만들고 나누었더니 만물이 변화하여 이루어졌다는 의미이다. 이 만물을 만드신 분이 바로 하나님이다. 종교를 떠나서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민족종교라고 하는 동학에서도 ‘하늘님’이라고 하였고, 중국인들도 ‘상제(上帝)’라고 하였듯이 모든 민족들이 부르는 ‘하나님’은 명칭만 다를 뿐이지 의미는 다 같은 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신은 이 ‘한 일(一)’이라고 하는 한자가 갖는 의미를 단순히 부수의 첫 글자의 의미를 떠나서 모든 한자를 만드는 기본이라는 사실을 강조해준다. 마치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만물을 이루는 첫 출발점이 되었듯이, 한자를 이루는 ‘한 일(一)’자도 단순히 하나를 뜻하는 의미보다는 ‘하늘 일(一)’이라는 의미가 더 정확한 것이다.
박재성 사단법인 한중문자교육협회 이사장. ‘성경보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