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 통신-여기는 이슬람권 터키]모슬렘 사역자로의 부르심과 애환

입력 2011-11-23 19:53


현지에 나온 지 내년이면 10년이 되어간다. 준비기간까지 합치면 17년이란 시간을 고국과 가족을 떠나 살고 있다. 소명 때문에 마음 아파하시며 서운해 하시는 부모님을 뒤로 하고 우리는 떠날 수 있었다. 우리가 부모님을 떠날 때는 그래도 건강하시고 정정하시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덜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러나 지난 세월에 이제 부모님은 칠순을 넘기신 노인들이 되셨다. 주님을 섬긴다고 제대로 자식도리 한 번 하지 못하고 연로하시고 점점 약해져 가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뵈면 가슴이 져려온다.

타국에서 아이 셋을 낳아 키우며 조금씩 부모님들의 심정을 배워가고 있다. 그러나 자식을 떠나보내고 힘들어하신 그 분들의 마음을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 분께 간구한다.

“주님, 더 연로해지시기 전에 조금이라도 효도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 해주세요.”

우리가 처음 뼈를 묻을 각오로 간 나라는 아프가니스탄이었다. 그리 오래 있지는 못했다. 다음은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지금은 터키에 살고 있다. 각기 조금씩 다른 모습은 있지만 모두 모슬렘 나라들이다.

모슬렘 권에서 사역하시는 많은 사역자 분들의 고민이 사역에 대한 열매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도 가끔은 보이는 열매가 있는 좀 더 열려진 곳에 있으면 하는 유혹이 들 때가 있다. 사실 그것이 우리 것이 아니고 그분의 것임에 도 불구하고 말이다.

터키에 와서 만나게 된 지금은 고국으로 돌아가신 한 외국 사역자 분의 이야기다. 터키에 오시기 전에 이분들은 동남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오랫동안 사역하셨던 부부이다. 그 분들이 주님의 부름을 받고 섬기시기 위해 간 나라에 한 부족이 있었단다. 하나님께선 부족분들의 마음을 준비해 놓으셨기에 부족 전체가 주님께로 돌아오는 놀라운 역사를 목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곳에서의 눈으로 보기에 전혀 열매 없는 수년간의 삶이 더 힘드셨을 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이야기를 또 다른 분께 들었다. 지인께서 군목으로 독일에서 몇 년간 사역하셨었는데 단 한 명의 결신자도 없었다고 한다. 그 다음에 가신 곳이 한국이었는데 동일한 설교를 하였지만 한국에서는 수많은 군인들이 주님께 돌아와 그 분도 놀라셨다고 한다. 그 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사역자는 동일한데 그분이 어떻게 역사하시느냐에 따라서 사역의 성과가 다름을 볼 수 있었다.

이 곳에 있다 보면 사역이 되는 것 같아 보이다가 다시 제자리인 경우가 많고 몇 년 열심히 키운 것 같은데 하루아침에 떠나 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들이 모슬렘 사역을 참 어렵고 지치게 만들 때가 있다.

두어 해 전에 알제리, 수단, 튀니지, 모르코 같은 더 어려운 모슬렘 나라들에서 사역하시는 분들의 보고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분들의 고민은 어떻게 비자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고, 그 땅에 머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그 분들의 가장 큰 기도 제목이었다.

한 사역자분은 실제로 비자를 받지 못하면 그 나라를 떠나야 한다고 하셨다. 그 분들의 말씀을 들으며 오히려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오히려 좋은 여건에서 사역한다는 위안을 받았다.

어느 모슬렘지역에서 오래 사역하신 분이 인용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우리는 아직 땅을 기경하는 것도 아니고 땅에 있는 거친 돌들을 걷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부모님이 일본에서 40년 이상 사역하신, 그리고 이 땅에서 거의 20년간 대를 이어 사역하시는 가정이 있다. 그 분 부모님의 이야기다. 일본에 계실 때 일본청소년들에게 성경공부를 인도하셨다고 한다. 사실 은퇴하시고 고국에 돌아가실 때까지도 이렇다 할 열매 없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련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곳에 주강사로 온 형제가 그 분을 찾아와서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느냐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당신이 인도하는 성경공부 모임에서 예수님을 믿게 된 사람이라고 고백했단다.

갈라디아서 6장 9절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찌니 피곤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며 거두리라.”

터키 앙카라에서-통신원 김요셉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