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개조해 ‘학원 같은 과외방’ 영업… ‘기업형’ 업자 적발
입력 2011-11-23 18:44
부동산 경매업자 고모(39·여)씨는 지난해 9월 부모로부터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한 채를 받았다. 학원 상담실장 출신으로 학원 운영에 정통했던 고씨는 아파트를 개조해 학원처럼 꾸몄다. 고씨는 거실에 책상 6개를 놓고 칠판, 복사기, 에어컨을 설치했다. 안방은 강의실 2개로 개조하고 나머지 방 2개도 교무실과 강의실로 꾸몄다.
고씨는 아파트 단지에 홍보 전단지를 붙이고 전문 강사도 고용했다. 전단지를 보거나 입소문을 듣고 모인 학생 20여명이 1인당 50만∼80만원을 내고 수업을 들었다. 고씨가 고용한 강사들은 아파트에 하루 8∼10시간씩 상주하며 매달 2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입시철 특수를 맞아 불법 교습소가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 아파트까지 개조해 ‘기업형 과외방’을 차린 업자가 적발됐다.
23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고씨는 34평형 아파트를 학원 시설로 개조하고 전문강사 4명을 고용해 초·중·고교생에게 영어와 수학 등을 가르치다 ‘학파라치’에게 덜미를 잡혔다. 강사 경력이 전혀 없는 고씨는 불법 과외방 운영으로만 매달 평균 1200만원의 수입을 올리며 세금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학부모들은 “너무나도 완벽하게 학원 형태를 갖춰 불법인 줄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지역교육청은 고씨를 탈세 혐의로 고발했다. 고씨를 신고한 학파라치는 지난 10월 학원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포상금 최고 금액인 500만원을 받게 됐다.
교과부는 지난 11∼18일 전국 학원중점관리구역에서 불법과외를 단속한 결과 서울 강남 20곳, 경기도 고양시 7곳 등 52곳 68건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중 교습시간 위반이 2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교습비 규정 위반 10건, 강사 고용 규정 위반 11건, 개인과외교습 미신고 4건, 무단 위치변경 7건 등이었다.
서울 목동에서 오피스텔을 학원 형태로 개조해 자습실까지 마련해 놓고 고교생 18명에게 영어를 가르쳐 월평균 500만원의 수입을 올린 전직 학원강사도 적발됐다. 한 불법 강사는 서울 반포동의 5평짜리 반지하방에 강의실을 차리고 중·고교생에게 영어를 가르치다 형사고발됐다. 심야교습 금지 규정을 두 차례 어긴 서울 대치동의 한 논술학원은 등록이 말소됐다. 교과부는 적발된 교습소들에 대해 등록말소 1건, 교습정지 6건, 고발 3건, 경고 및 시정 41건, 과태료 6건 등 총 58건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