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상환 독촉 앞당기려는 대부업체 ‘꼼수’
입력 2011-11-23 21:21
대부업계가 대출이자 연체자에게 “원금을 상환하라”고 독촉할 수 있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
23일 대부업계에 따르면 대부금융협회는 표준약관 중 연체이자 지급 규정을 고친 개정안을 만들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다. 개정안은 고객이 대출이자를 연체할 경우 만기 전에 대출금 회수를 요구할 수 있는 시점을 기존 ‘이자 납입일로부터 2개월 후’에서 ‘1개월 후’로 바꾸는 내용이다. 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들은 ‘1개월 후’ 기준을 적용하므로 이에 맞추겠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은 1년 약정으로 대출을 해줬다면 그 전에는 “원금을 갚으라”고 할 수 없다. 단 이자를 연체했을 경우 “이자를 내라”고 독촉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자를 내야 하는 날로부터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당초 약정이 깨진 것으로 보고 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대부업계는 이 시점을 2개월에서 1개월로 앞당기려 하는 것이다.
대부업계는 “고객의 연체이자 부담을 줄여주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원금 회수 요구 시점은 연체이자율 적용 시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 24% 금리로 1000만원을 빌렸는데 납부일까지 이자를 못 낸 경우 원금 회수 요구 시점 전에는 이자 20만원과 6000원 정도의 연체료(연체이자율이 36%인 경우)를 내면 된다. 이 시점이 지나면 원금 1000만원에 대해 연체이자율 36%가 적용돼 월 이자가 30만원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업체들은 관행적으로 대부분 표준약관 상의 2개월 후가 아닌 연체 직후부터 연체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
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표준약관을 제도권 금융과 형평에 맞게 1개월로 고친 뒤 이를 지키도록 독려하면 연체이자가 지금보다 오히려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부업체의 원금 상환 독촉 시점이 빨라지면 대출자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부업체의 원금 회수 시점을 늦춰 놓은 것은 서민에 대한 추심 압박을 덜어주려는 취지”라면서 “이를 앞당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공정위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