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탁구 20년만에 우승 합작… 유승민-김혁봉조 환상 호흡

입력 2011-11-23 18:30

남북한 남자탁구선수들이 ‘스포츠를 통한 세계평화’를 위해 마련된 ‘피스 앤드 스포츠컵’에서 우승을 합작했다.

남측 대표로 나선 유승민(삼성생명)과 북측의 김혁봉(26)은 23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아스파이어 스포츠 아카데미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판이용(미국)-그리고리 블라소프(러시아) 조를 3대 0(11-9 11-3 11-4)으로 완파했다. 10개국 20명이 출전한 소규모의 국제 친선 대회인 이번 대회는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20년 만에 남북 선수들이 작은 단일팀을 이뤄 우승해 의미가 깊다.

유승민-김혁봉 조는 첫 경기인 준결승에서 천치(중국)-알 모한나디 아흐마드(카타르)를 3대 0으로 물리친 뒤 결승에 진출했다. 주로 김혁봉이 상대 공격을 막아내면 유승민이 장기인 드라이브 공격으로 포인트를 내는 찰떡호흡을 과시했다.

여자 복식 결승에서는 남측의 김경아(대한항공)와 북측의 신예 김혜성(17)이 한 조를 이뤄 릴리 장(미국)-아나 티코미르노바(러시아) 조와 격돌했으나 2대 3(11-8 8-11 11-3 3-11 8-11)으로 져 준우승했다. 유승민은 “작지만 의미 있는 대회에서 우승해서 기쁘다”며 “김혁봉과는 두 경기만 뛰었는데 짧은 시간에도 서로 잘 맞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혁봉은 “북과 남이 같이 나와 일등을 했으니 모든 사람이 기뻐할 것”이라며 “같은 민족끼리 호흡을 맞춰 더 잘 맞았다”고 말했다.

5년 전 출범한 ‘피스 앤드 스포츠’는 모나코의 알베르 2세 국왕의 후원으로 설립된 비정치적인 국제기구로 이번 대회는 남·북한, 인도·파키스탄 등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를 한 팀으로 묶어 의미를 더 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