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모아 꿈을 던지다… “독립리그서 뛰어보자” 고양원더스 트라이아웃 열기 후끈

입력 2011-11-23 20:16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합니다. 이 자리에 있는 것만도 꿈만 같습니다. 여러분도 꿈을 던지세요.”

국내 최초 독립리그(프로야구 리그와는 무관하게 운영되는 직업야구 리그) 구단 고양 원더스의 트라이아웃(선수공개선발)이 열린 23일 경기도 고양시 국가대표훈련장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야구를 하기 위한 지원자들의 땀이 가득찼다. 트라이아웃 첫째 날에 모인 총 37명의 지원자들은 투수 조와 야수 조로 나뉘어 피칭, 타격, 수비, 러닝 등 실전 테스트를 받았다.

지원자 중에서 단연 눈에 띈 사람은 트라이아웃 참가자 중 최고령인 80세의 장기원 옹이었다. 장씨는 현재 서울 양천구의 실버야구단인 ‘노노야구단’에서 투수로 활약하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장씨는 이날 20여분 동안 젊은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 빠른 피칭을 해 스카우트 평가인단을 놀라게 했다.

투수에 지원한 장씨는 “고교 2학년 때까지 야구를 했지만 6·25 한국 전쟁에 참전하며 자연스럽게 야구를 그만뒀다”면서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렇게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씨는 “연령을 안따진다고 하기에 지원해봤다”며 “안뽑혀도 좋다. 하지만 이렇게 지원한 게 부끄러워 아내 빼고 아무도 모르게 여기에 왔다”고 멋쩍어 했다.

서울대 법대 4학년생인 이철환(21)씨도 이색 지원자였다. 이씨는 “법대 야구부 투수로 활동하고 있다”며 “뽑히면 뛰겠지만 가능성이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트라이아웃이 끝난 오후 4시쯤 사법고시를 준비해야 한다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하지만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곽채진 전 신일고 코치는 “생각보다 제구력이 좋다. 오늘 지원한 투수 중에서 가장 많이 스트라이크를 꽂았다”며 선수로 뽑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날 트라이아웃에는 김광수 전 두산 감독대행을 필두로 신경식 전 두산코치, 박상열 전 SK코치, 곽 전 코치 등이 트라이아웃 스카우트 평가인단으로 참여했다. 김 전 대행은 현재 고양 원더스가 수석코치로 제안한 상태다. 김 전 대행은 “사회인 야구가 이렇게 발전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면서 “추운 날씨에도 야구를 사랑하는 분들이 참가해 뜨거운 야구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오랜 기간 프로야구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신선했다”고 말했다. 총 340명이 지원한 고양 원더스의 트라이아웃은 26일까지 진행된다.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지원해 화제가 됐던 재미교포 출신 제인 어(21)는 26일 테스트를 받는다. 제인 어는 미국 여자야구 국가대표로 뽑혀 2008년 여자야구월드컵에도 출전했던 선수다.

고양=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