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고 당기는 연애담 웃음 폭탄 곳곳 ‘펑펑’… 연극 ‘밀당의 탄생’ 리뷰

입력 2011-11-23 18:16


‘코믹연애사극’을 표방한 이 작품, 깊이나 감동은 없어도 관객이 기대한 것만큼은 똑 부러지게 채워준다. 연극이라지만 아무래도 뮤지컬에 가까운 작품이기기도 하다. 뮤지컬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명쾌하게 ‘상업성’이라는 결론을 내린 PMC 프로덕션의 신작 ‘밀당의 탄생’.

모티브는 신라 진평왕의 셋째딸 선화공주와 백제의 왕자라는 신분을 숨기고 마 장사를 하고 있는 서동의 만남을 수록한 삼국유사다. 이를 선화공주와 서동의 밀고 당기는 연애이야기로 각색하고, 로맨스에 퓨전 국악과 코미디를 입혔다. 선화공주와 서동이 실은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 선화공주의 혼인 소식을 들은 서동이 꾀를 내 ‘서동요’를 지어냈다는 게 ‘밀당의 탄생’이 말하는 ‘선화공주 연애비사’(부제)다.

최근 뮤지컬계 스타로 떠오른 성두섭과 ‘늑대의 유혹’에서 감초 연기를 선보였던 육현욱이 출연했다. 현대적인 각색은 외려 삼국시대 젊은이의 대담함과 통하는 바가 있었을까. 관객들은 쉴 사이 없이 웃음을 뿜어냈다.

올 여름·가을 시즌에 관객들을 헛웃음 짓게 했던 PMC의 창작뮤지컬 ‘늑대의 유혹’을 생각해보자. 헛웃음도 반복되자 진짜 웃음인 듯하던 기묘한 경험은 ‘밀당의 탄생’에서도 되풀이된다. 선화공주와 서동이 묵으려는 주막 안주인이 ‘방은 하나밖에 없다’고 대답하는 장면의 코미디는 ‘늑대의 유혹’ 속 킹카 반해원과 정해성이 ‘당연하게도’ 평범한 소녀 정한경에게 반하던 순간의 폭소와 같은 맥락이다.

웃음의 빈도와 밀도는 높아졌고 끝까지 힘을 잃지 않는다. 예쁘고 멋진 얼굴로 귀엽게 연기를 해내는 주연배우들보다도, 몸 사리지 않고 일인다역을 하는 조연배우들의 개인기가 볼 만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서울 대학로를 찾은 친구들이나 데이트족에게는 ‘딱’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뛰어난 예술작품을 감상했을 때의 희열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대학로 PMC자유극장에서 내년 1월 29일까지 공연된다. 성두섭과 육현욱 외에 홍희원 문혜원 이정미 김대종 추정화 등 출연. 연출은 서윤미. 티켓 가격 3만원이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