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통과 이후] ‘비준저지 실패’ 무능론에 자중지란… 민주 야권통합 고비

입력 2011-11-23 18:27

민주당이 23일 야권통합 작업에 복병을 만났다. 전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저지에 실패한 것을 빌미로 지도부 조기 사퇴와 민주당 독자 전당대회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무기력한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낸 FTA 처리 문제가 자칫 야권 통합작업 일정을 흐트러뜨려 놓거나 다음 달 17일로 예정된 통합신당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도 핫이슈로 등장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중앙위원회 회의에서는 지도부의 무능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당초 회의는 민주당 독자 전대 없이 야권 제 세력과의 ‘통합 전대’를 추진 중인 지도부가 통합에 관한 당내 의견수렴을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독자 전대파’의 회의 진행 방해로 시작부터 난장판이 됐다. 중앙위원이 아닌 일반 당원 200명이 자리를 꿰찬 채 “손학규는 한나라당으로 돌아가라”고 요구했고 이들을 퇴장시키려는 당직자들과 10여분간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다. 회의장 주변에는 “손학규는 물러가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겨우 회의가 시작됐지만 곧바로 독자 전대파인 조경태 의원이 단상에 나가 “당헌 1조에 민주당 당권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고 돼 있다. 지도부 마음대로 하는 통합은 무효다. 손 대표는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도부를 대변하는 문학진 의원이 발언에 나서 통합 전대를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회의장 곳곳에서 “단상에서 빨리 내려와 이 ×××야”라는 욕설이 터져 나오는 등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됐다.

이후에도 양측을 대표하는 인사들의 설전이 계속됐고 야유와 고성이 계속 터져 나왔다. 일반 당원들이 회의장에 들어와 퇴장 조치되기도 했다. 앞서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박주선 최고위원이 “(FTA) 전쟁에 패하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정당인데, 우리가 무슨 소리를 한들 믿어주겠느냐”며 지도부 동반 사퇴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중앙위 회의에서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의 목표 앞에 야권 통합은 시대적 요청”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도부는 당초 통합 전대에 대한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더 높다고 판단하고 중앙위 회의를 통해 당내 논란을 해소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오히려 회의를 계기로 당내 분란이 더 커져버린 셈이 됐다. 독자 전대파는 자체 전당대회 추진을 위해 현재 대의원 3분의 1가량인 4500명의 서명을 받은 것으로 전해져 만약 이들이 전대 소집요구서를 제출하면 당내 갈등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들어선 양측 인사들 사이에서 “갈라서야 한다” “떠날 사람만 떠나라” 등의 주장도 나오고 있어 최악의 경우 분당 사태가 나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도부 핵심 인사는 “당이 통합을 앞두고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이면 통합의 효과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손병호 김원철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