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조정’은 커녕 ‘갈등’ 더 증폭… 검찰은 표정관리

입력 2011-11-23 21:49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수사 주체로 인정받는 명분을 얻었던 경찰이 대통령령 제정에서는 실리를 챙기지 못했다. 그간 암묵적으로 자유롭게 진행했던 경찰 내사와 관련해 사후 보고 형식의 검찰 통제장치가 마련됐고, 수사 중 검사의 요청에 따라 사건을 즉시 송치해야 하는 등 권한이 오히려 줄었다.

◇경찰, 내사 권한 축소=지난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부터 경찰 내사는 검·경의 뜨거운 감자였다. 내사는 검찰 지휘 대상인 수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경찰과 내사 범위를 초기 정보수집과 탐문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검찰이 맞서며 내사 범위가 이번 대통령령 제정안 최대 쟁점이 됐다.

하지만 23일 국무총리실 강제 중재로 발표된 대통령령 제정안에는 내사와 관련한 언급이 없다. 법무부령이던 사법경찰 관리 집무규칙 20조에 ‘범죄의 내사’ 항목이 있던 것과 비교하면 내사 관련 언급이 아예 사라진 것이다. 대신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 긴급체포, 체포·구속영장 청구, 신체·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피혐의자 출석 조사, 현행범 체포·인수 사건 등에 대해 검찰에 관련 기록과 증거물을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이 명문화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경찰이 내사 단계에서 종결한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에 관련 서류와 증거물을 제출해야 한다. 이전에는 검찰이 유치장 감찰 등으로 관리했던 내사 종결 사건이 보고 대상이 된 것이다. 경찰이 자율적인 내사 범위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정보수집과 탐문 정도로 제한된다. 또 검사가 직접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할 경우 경찰이 관련 사건을 즉시 송치해야 하는 것도 경찰 입장에서는 뼈아프다.

◇반복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2005년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일전을 치렀던 검찰과 경찰이 다시 수사권 조정이라는 난제와 맞닥뜨리게 된 것은 올 초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면서부터다. 사개특위가 지난 3월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는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 규정된 경찰의 복종의무 삭제를 논의하면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조현오 경찰청장이 “수사권 조정 문제에 직위를 건다는 자세로 임하라”고 하는 등 공방이 가열됐다. 총리실이 중재에 실패한 뒤 지난 6월 20일 마침내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내놨다. 하지만 국회통과 과정에서 개정 형사소송법 196조 3항의 지휘범위 관련 규정이 법무부령에서 대통령령으로 바뀌면서 검찰이 반발했다.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을 포함해 검찰 고위 간부들이 줄사표를 내면서 항의했지만 같은 달 30일 국회는 개정 형사소송법을 통과시켰다.

이후 검찰과 경찰은 따로 수사권 조정안을 총리실에 제출하고 합의를 시도했지만 조정안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지난 16∼19일 검·경 실무자들과 고위급 인사들끼리 합숙토론을 진행했음에도 합의안에 도달하지 못해 총리실이 강제 조정안을 내놓게 됐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