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일선 경찰들 “우리 의견 20∼30%만 반영” 집단행동 가능성
입력 2011-11-23 21:48
“우리는 첩보만 수집하고 수사는 검찰에 맡기자. 검사가 경찰서에 와서 근무해라.” 23일 국무총리실이 내놓은 검·경 수사권 관련 대통령령 조정안에 대한 일선 경찰관의 반응이다.
지난 6월 말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을 때만 해도 “수사 주체성을 인정받았다”며 자축하던 경찰은 검찰 지휘가 되레 강화된 조정안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독자적으로 해왔던 내사에까지 검찰의 통제를 확장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경찰 조직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기능을 제대로 못하게 하는 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박종준 경찰청 차장은 공식 입장 자료를 내고 “경찰의 내사를 부정하고 검찰 내사의 영역은 아무런 통제장치 없이 확장시키는 등 형소법 개정 취지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입법예고 기간에 다양한 의견 개진으로 조정안이 개정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과 협상을 진행한 경찰청 실무진도 “우리 의견의 20∼30%만 반영된 강제 조정안”이라고 혹평했다. 실무진에 따르면 경찰 내사, 선거·대공 등 공안사건 입건 여부에 대한 지휘, 수사중단 송치 명령 등 크게 세 가지 쟁점에서 경찰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정안이 그대로 제정되면 경찰로서는 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입법예고 기간 중에 조직적인 반발이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반발 정서가 강해 집단행동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선 형사들 사이에선 수사 분야에서 다른 파트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독자적으로 수사할 일이 없어졌으니 교통, 생활안전 등 타 부서로 가겠다는 것이다. 경남 진해경찰서 양영진 수사과장은 ‘수사경과(警科) 해제 희망원’을 경남경찰청에 제출했다. 그는 “검사의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고 살았지만 조정안을 보고 희망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경찰서 강력팀 형사도 “무슨 수사를 하라는 말이냐”며 “차라리 파출소에 가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망은 방문자 폭주로 오후 내내 접속이 되지 않았다.
반면 검찰은 “우리도 만족스럽진 않다”며 표정관리에 애쓰는 모습이다. 정인창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은 “수사지휘권 행사에 과도한 제약을 가하는 등 조정안이 경찰 주장에 편향돼 일선 검사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지우 진삼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