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경으로 입문, 여성 첫 치안감 올랐다…이금형 광주청장 “힘없는 서민 위한 치안서비스 전력”

입력 2011-11-24 00:14

23일 단행된 경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여경 창설 65년 만에 처음으로 치안감에 오른 이금형(53) 광주지방경찰청장은 “경찰 업무가 규제 중심에서 대국민 서비스로 넘어가고 있는 상징으로 제가 승진한 것”이라며 “여성 지휘관이 서비스 중심의 업무에 부응한다는 판단이었던 것 같다”면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치안감은 치안총감, 치안정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경찰 계급이다. 경찰서장인 총경보다 두 계단 위다.

이 청장은 여성, 청소년,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치안서비스 제공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그는 “범죄 피해자는 주로 힘없는 서민이다. 지휘관의 의지에 따라 (서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 청장은 충북 청주 출신으로 대성여상을 졸업한 1977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했다. 아버지가 경찰을 권하기도 했고, 당시 경찰 간부로 근무했던 작은아버지의 영향도 받았다. 5남1녀 중 셋째로 남자 틈에서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자랐기 때문에 경찰 업무와도 잘 맞았다고 한다. 업무와 육아를 병행하면서 틈틈이 승진시험을 준비하는 그를 주위에서는 ‘또순이’라고 불렀다. 이 청장은 “딸만 셋이다. 시부모님이 키워주시다시피 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경찰청 과학수사계장, 인천 서부서 보안과장, 충북 진천서장, 서울 마포서장 등을 거쳤다. 역대 세 번째 여성 총경, 두 번째 여성 경무관 타이틀을 가졌다. 2008년 비행 청소년 연구로 동국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아동·청소년 문제나 성폭력 업무에 1인자로 꼽힌다. 마포서장이었던 2006년에는 연쇄 성폭행범 ‘마포 발바리’ 사건을 해결했다.

34년 경찰생활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원스톱 지원센터’를 세운 것이다. 2001년 경찰청 여성실장 시절 여자 초등학생이 성폭행을 당한 뒤 병원들이 진료를 거부하는 상황을 목격한 뒤 지원센터 설립에 팔을 걷어붙였다고 한다. 그는 “대학병원이 범죄와 연루되는 것을 꺼려 어린아이의 진료를 거부하는 현실에 분개했다”고 말했다. 지원센터에 여경이 24시간 배치돼 치료와 수사가 한 장소에서 이뤄지게 한 것이 이 청장의 아이디어였다.

이 청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 “수사기관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관점에서 보면 쉽다. 국민이 덜 불편해하는 방향으로 바꾸면 간단하다. 다양한 경로로 여론을 수렴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