香港의 속살·아시아의 유럽에 취하다… 홍콩&마카오 저가 항공사 실속여행
입력 2011-11-23 17:45
세계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도시이자 명품 쇼핑 천국. 대나무향을 의미하는 향항(香港)이라는 이름을 간직한 중국과 서양 문물의 교차지. 두말 할 것 없이 홍콩이다. 이곳을 거쳐 동양의 라스베이거스로 불리는 마카오를 한번에 돌아볼 수 있는 하늘길이 열렸다. 지난달 30일 저가항공사 진에어는 인천∼홍콩∼마카오∼인천을 연계한 정기노선 운항을 시작했다. 덕분에 마카오를 둘러본 뒤 귀국을 위해 홍콩으로 다시 돌아오는 불편을 덜게 된 셈. 홍콩과 마카오를 둘러보는 2박4일 실속 여행길을 떠나본다.
◇1000가지 표정의 홍콩=구룡반도와 홍콩섬, 신계지 등으로 이루어진 홍콩은 근해 수심이 깊어 바닷가에 서도 비린내가 안 난다. 초고층 아파트와 빌라가 밀집한 리펄스베이 해변은 영화 ‘모정’의 촬영지로 원래 자갈밭이었다. 해변의 모래는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금해 중국 본토에서 실어 나른 것. 저무는 석양이 호수처럼 잔잔한 해면을 수놓아 여유로운 해변 풍경을 연출한다.
홍콩의 속살을 엿보고 싶다면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한다. 가파른 구릉지에 위치한 홍콩은 이동 편의성을 위해 지상에서 가장 긴 야외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중심가와 아파트 밀집지역 미들레벨을 잇는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미드레벨은 원래 서민의 출퇴근용. 이어질 듯 말듯 800m 길이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빨래가 널린 서민아파트 베란다와 단독주택 등이 좌우로 펼쳐진다. 디자인숍이나 이국적인 카페, 갤러리 등이 밀집한 소호와도 가까우니 필수 코스.
골목마다 펼쳐지는 풍경을 좇다 발품 팔기 숨찰 즈음 만난 노점에선 채소와 통새우를 넣은 완탕, 색색의 딤섬, 계란빵 등이 구미를 당긴다. 식후경으로 최대 관광명소 빅토리아 피크에 올랐다. 남중국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시내 전경을 감상한 후 경사 45도 레일을 달리는 트램을 타고 하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빌딩숲을 가로지르자 바짝 다가선 건물들이 비스듬히 누운 듯한 착시현상에 빠지게 한다.
도시 전체에 서서히 어둠이 깔리면 매일 밤 8시 침사추이 빅토리아항에서 펼쳐지는 빛의 향연 ‘심포니 오브 라이트(symphony of light)’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 20여 개의 마천루에서 뿜어내는 레이저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관광객을 반긴다. 100만 달러짜리 홍콩 야경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해변 산책로인 영화의 거리, 연인의 거리를 걷다 인터콘티넨탈 호텔 앞에서 자리를 잡고 바라보는 게 감상 포인트.
◇아시아의 작은 유럽 마카오=홍콩 순탁센터 페리터미널에서 터보제트페리를 타고 한 시간가량 걸려 도착하는 마카오는 서울로 치면 종로구만한 크기. 홍콩과 달리 가장 높은 산(?)이 해발 90m밖에 안될 정도로 평지에 가깝다.
거리마다 스쿠터 행렬이 물결을 이루고 24시간 불야성의 도박 도시이지만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 30곳에 달한다. 신교도 묘지, 성바울 성당, 세나도 광장 등 도보로 하루 정도면 둘러볼 수 있다. 세나도 광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발아래 석회석으로 포장된 도로 포석. 모자이크된 희고 검은 돌들이 파도를 닮은 무늬를 이뤄 유럽풍의 건물들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마카오의 명물인 고소한 에그타르트와 매콤한 육포를 맛보고 들른 베네시안 카지노는 우선 화려함과 규모에 압도당한다. 황금빛 로비를 장식한 혼천의와 천장의 휘황한 벽화를 배경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며 바카라와 블랙잭에 열중하는 관광객들의 열기가 뜨겁다.
마카오는 포르투갈의 옛 식민지로, 알려진 얼굴보다 숨은 얼굴이 더 흥미진진한 묘한 매력의 국제도시다. 천의 얼굴을 가진 홍콩처럼 방문해야 할 이유도 1000개에 달할 듯싶다.
여행메모=몬순 아열대성 기후인 홍콩은 겨울 기온이 평균 섭씨 10도로 따뜻한 편이다. 공공장소는 실외라 하더라도 금연. 진에어(www.jinair.com)의 최저 항공료는 인천∼홍콩, 마카오∼인천 연계 36만원.
홍콩·마카오=최민영 기자 my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