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 국회’ 파문] 국회 속기록 보니 “이게 무슨 짓거리야” “이 도둑놈아”… 고성 난무

입력 2011-11-23 21:47

국회는 22일 본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처리되는 역사의 현장에 언론의 출입을 통제한 것이다. 따라서 오후 4시24분 개의부터 5시3분 산회까지 상황은 국회 속기록을 통해서만 유추할 수 있다.

국회 사무처가 23일 공개한 ‘국회 본회의 임시회의록’에 따르면 22일 열린 본회의는 회의 비공개 논쟁으로 시작됐다.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회의 비공개 동의안’을 상정하자 야당 의원은 “말이 됩니까. 공개하세요”라고 소리를 질렀다. 표결에 들어가자 야당 의원들은 “이것이 민주국회입니까. 독재국회지”라고 반발했고, 비공개 동의안이 가결되자 “뭐가 두려워 방송을 안 한다는 거야”라는 고성이 터져나왔다.

정 부의장은 “두려운 것은 없습니다. 다만 우리 대한민국 국회가 이런 추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서…”라고 설명한 뒤 기자들의 퇴장을 요청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은 “정상적으로 하세요” “역사가 심판하도록 공개해”라고 항의했다. 4시28분 비준동의안이 상정되고 외교통상부 장관이 제안설명을 하려 하자 일부 여당 의원들은 “생략하세요”라고 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무슨 제안설명이야” “못 나와”라고 맞받았다. 제안설명에 나서려는 김성환 장관을 야당 의원들이 몸으로 제지했고 정 부의장은 “제안설명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단말기 회의자료를 참조해 주십시오”라며 의사진행을 이어갔다. 그러나 정 부의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야당 의원들은 “이게 무슨 짓거리야. 날치기하지 마”라고 반발했다. 투표 절차 돌입에 “무효! 무효!”라는 구호와 함께 “최악의 독재정권이다” “나라의 미래를 날치기합니까”라며 반발 수위를 높였다.

투표 결과가 발표된 후에도 야당 의원들은 정 부의장을 향해 “무효”라고 소리치며 “이 도둑돔아” “이 강도 같은 놈아”라고 윽박질렀다. 부수법안 처리에 들어간 뒤에도 야당 의원들의 “원천무효!” “날치기!” 구호는 계속됐다. “의회 쿠데타” “정권의 하수인” “을사조약 부활했다. 군사정권 환생했다”는 비난도 이어졌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을 향해 “여러분은 반드시 망할 것입니다”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이에 맞서 몇몇 여당 의원들은 본회의 직전인 4시8분 최루탄을 터뜨린 민노당 김선동 의원을 향해 “최루탄 국회 물러가라”고 외치기도 했다. 장내 소란이 계속되자 정 부의장은 충돌을 우려, 김용덕 박보영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하지 않고 본회의 산회를 선포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