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통과 이후] 李대통령, “FTA로 갈등 키우는 건 도움 안돼… 철저히 챙겨야”

입력 2011-11-23 18:33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한·미 FTA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그동안 격론이 오갔고 그로 인해 우리 사회에 갈등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더 이상 갈등을 키우는 건 국가나 개인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 체결 후 비준까지 걸린 4년7개월은 어쩌면 정부가 미처 철저히 챙기지 못했던 것을 챙기는 기회였다”면서 “여야 모두 국익을 챙기자는 마음은 같다고 믿는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기된 모든 문제들을 소홀함 없이 철저히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29일 국무회의에서 한·미 FTA 비준안에 서명할 계획이다. 정부는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관계 부처에서 후속 조치를 마련한 뒤 당정 협의를 거쳐 내년 1월 한·미 FTA 발효 전에 종합적인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별로 여론을 수렴해 적절한 후속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가 어떤 성과를 낼지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농업을 예로 들었다. “농업이라고 세계 최고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농업도 수출산업이다. 피해를 보상한다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세계적 불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미 FTA로 경제영토를 넓혀 어떤 경쟁국보다도 한발 앞서게 됐다”고 했다.

그동안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구상은 모두 한·미 FTA 정국에 막혀 잠복해 있었다. 10·26 재보선 직후 지시한 ‘2040’세대 민심 청취와 대책 마련도 비공개로 조용히 진행돼 왔다. 이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은 다음 달 중순 시작될 부처별 내년 업무보고를 통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2040세대 민심이 결국 일자리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정책적 변화도 일자리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젊은이들 일자리 창출에 장관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달라. 혼신을 다하면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준동의안 통과를 계기로 가지려던 이 대통령의 대국민 설명 자리는 긴급 관계장관회의로 사실상 대체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운영의 동력이 될 만한 카드를 여전히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재보선 패배 직후 사의를 표명한 임태희 대통령실장 교체 말고는 쇄신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카드가 마땅치 않아 청와대는 고심 중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