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통과 이후] 촛불·규탄집회… 野5당, 장외서 비준 무효화 투쟁
입력 2011-11-23 18:33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예상과 달리 ‘점잖게’ 있었던 민주당은 전날 아껴 둬던 힘을 23일 청와대와 한나라당을 규탄하는 마이크 앞에다 쏟아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5당은 당장 이날부터 내년도 예산심의를 비롯한 국회 일정을 중단하고 장외투쟁에 나서는 등 대대적인 ‘FTA 비준 무효화 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비준동의안 통과 직후부터 돌입했던 국회 본회의장 점거 농성을 오전에 풀었다. 소 잃고 외양간 지켜봤자 아무 소용이 없지 않느냐는 내부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신 본청 중앙홀에서 ‘FTA 날치기 쿠데타’ 규탄집회를 열어 공세를 폈다. 규탄집회에서는 40여명의 의원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비준동의안 저지 실패를 사과하고 FTA 재협상 관철을 다짐했다.
이어 국회에서 야5당 대표는 FTA저지 범국민대책본부와 연석회의를 열고 공동대응 방침을 약속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우리는 어제 민주주의의 죽음을 보았다”며 “주말에는 야당, 시민단체와 함께 대규모 궐기대회로 무효화 투쟁을 하고 시국회의 개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끝까지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FTA를 무효화하고 재협상을 통해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와 같은 독소조항을 폐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야당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3년 연속 예산안 날치기 등 5번째 날치기를 했다는 이유로 박희태 국회의장, 정의화 국회부의장,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FTA 관련 긴급 관계장관 회의에서 ‘이제는 더 이상 갈등 키우는 것은 국가나 개인 누구에게나 도움이 안 된다’고 밝힌 데 대해 “의회 쿠데타를 사실상 배후조종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당사자가 거꾸로 갈등을 키우지 말라고 하니 참으로 황당하고 부도덕한 정권이다”고 정면 비판했다.
야5당은 밤에는 서울광장 인근 대한문에서 ‘FTA 비준 원천무효’ 촛불집회를 여는 등 대국민 선전전도 벌였다. 24일에는 국회 본청 앞에서 시민사회 진영과 공동으로 규탄 시국대회를 갖기로 했고, 26일에는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또는 광화문 일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및 한나라당 심판 국민심판대회’를 개최키로 했다. 일련의 장외투쟁과 시국대회 등을 통해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확산시키고 특히 내년 총선 때 FTA에 비준 찬성한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으로 연계해 나간다는 게 야권의 전략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여 투쟁 의지에도 불구하고 이날 민주당 의원들이나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2009년 미디어법 강행처리 때와 같은 비장함이나 울분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당장 다음 달 통합 전당대회를 치러야 하고 이후에는 곧바로 내년 총선에 대비해 지역구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대여 투쟁이 조만간 흐지부지될 것이란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는 실정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