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통과 이후] 박근혜 “한나라, 부족한게 많아 벌 받아”

입력 2011-11-23 22:02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3일 대전에 있는 한남대와 대전대에서 특강을 했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패배 후 중단했던 공개 강연을 4년 만에 재개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특강에서 대학생들의 어려운 현실이나 민생 문제에 대한 정부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해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통해 대선 행보에 본격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표는 우선 현 정부의 등록금 정책에 대해 “4000억원 정도 등록금 지원액이 늘었는데 이것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교육부터 바뀌어야 한다. 입시 쪽으로 가게 하지 말고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질과 능력에 따라 자아실현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약한 반값 등록금에 대해선 “학생들에게는 희소식이겠으나 학부모 주머니에서 나오는 세금으로 하는 것이지 공약한 사람이 돈을 내는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박 전 대표는 10·26 재보선 결과에 대해 “한나라당이 부족한 게 많았기 때문에 벌 받은 것이다. 소통하는 부분에 너무 부족했다. 엄청나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면목이 없는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의 일방강행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비준된 데 대해선 “그런 방식으로 통과된 것에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여야가 잘 합의해 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잘 자리 잡으려면 멀었다”고 답했다.

개인사도 소개했다. 박 전 대표는 대학 때 미팅을 해봤느냐는 질문에 “못해서 후회스럽다”고 말했고, 사랑을 해봤느냐는 물음에는 “그럼요. 안 해봤다고 하면 그게 인간이겠습니까”라고 덧붙였다.

특강이 지루해질 즈음에는 특유의 ‘썰렁 유머’를 꺼냈다. 박 전 대표는 “국회의원과 코털의 공통점이 뭔지 아느냐”고 물은 뒤 “정답은 신중하게 조심해서 뽑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옛날에는 장동건씨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개그맨 김병만씨를 생각하면 흐뭇하다”고도 했다.

자신의 꿈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꿈과 정치의 꿈이 따로 있지 않다”며 “국민들이 타고난 잠재력과 열정을 발휘해 자기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라를 제가 정치를 마치기 전까지 꼭 만들어 내고야 말겠다. 그게 꿈이고 열망”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강연이 열린 대전대 혜화문화관 정문 앞에는 대학생 50여명이 ‘박근혜 방문을 반대한다’고 쓰여진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입장을 막으려는 학생들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박 전 대표는 경찰 호위를 받고서야 강연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대전=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