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통과 이후] 황우여 “할만큼 했다”-김진표 “黃 물러나라”… 끝내 갈라진 ‘황-김 우애’
입력 2011-11-23 22:03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의 우애를 결국 갈라놓았다. 두 여야 원내 사령탑은 마지막까지 비준동의안 합의 처리를 위해 함께 애써왔지만 22일 한나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김 원내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원내대표는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사의를 표명했다 반려된 김 원내대표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며 분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는 “황 원내대표가 ‘미국 정부로부터 서면합의서를 받아오면 민주당이 어떻게 할 것인지 손 대표를 통해 청와대와 논의해 달라’고까지 말해놓고 이럴 수 있느냐”며 속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황 원내대표는 이날 낮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비준동의안 처리가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민주당 설득을 위해 “할 만큼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제 오전 김 원내대표를 만나 ‘국회의장을 찾아가 다음 달 2일에 처리하겠다고 하고 홍준표·손학규 대표까지 다 불러서 약속하자’고 제안했었다”며 “그런데 김 원내대표가 손 대표를 설득하지 못하는 걸 보고 ‘더 이상 안 되겠구나’ 판단했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직권상정 시간은 국회의장 전권이라 공개적으로 처리 시간을 말할 순 없었다”며 처리 시점을 비밀에 부칠 수밖에 없었음을 털어놨다.
두 사람은 본회의 표결 시 여야 간 충돌에 대비해 나름의 ‘신사협정’도 세웠다 한다. 황 원내대표는 “소리치기와 피케팅 정도는 서로 허용하기로 했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가 “나머지 야당의 행동에 대해서는 민주당도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황 원내대표는 전날 상황에 대해서도 “단독 강행 처리가 아니었다”며 “우리는 민주당 의원들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고 반대토론까지 준비했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자들이 김 원내대표를 만날 것이냐고 묻자 “(미안해서) 어떻게 바로 보겠느냐. 내일쯤 만나 예산안 처리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해 보겠다”고 답했다.
김나래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