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통과 이후] 금융당국 ‘구두 행정지도’ 사라진다
입력 2011-11-23 18:06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금융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우선 금융당국의 구두 행정지도가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통상부의 ‘한·미 FTA 상세설명자료’에 따르면 양국은 앞으로 행정 지도의 투명성 제고와 금융기관의 영업상 안정성을 위해 행정지도를 가능한 한 구두가 아닌 서면에 의하기로 했다. 구두 행정지도를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이해관계자가 서면으로 확인해 달라고 요청할 경우 국가는 이에 응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아 사실상 구두 행정지도를 지양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에서 업계 대표나 임원을 불러 행정지도를 하는 기존 관행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현재 금감원 행정지도 운영규칙은 ‘문서로 하되 긴급한 사안,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여 보안이 필요한 사안, 기타 경미한 사안의 경우에는 구두에 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은 22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감독 규제의 투명성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 관련 감독체계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담당하던 농협·신협·수협과 행정안전부가 담당하던 새마을금고, 지식경제부가 담당하던 우체국의 보험 업무의 감독 업무가 금융위로 이전된다. 민간 보험사와 비슷한 수준의 건전성 감독과 규제를 받게 되는 것이다. 다만 우체국보험은 2년, 나머지는 3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농협은 내년 3월 민영 보험사를 출범, 어차피 금융당국의 감독 대상이 된다.
금융서비스 개방에 대해서는 한·미 FTA 발효로 인해 크게 달라질 부분은 없다. 새로운 금융 서비스가 허용돼도 국내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만 가능하고, ‘금융제도의 안정을 위해 건전성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어 금융시장이 교란될 우려도 적다는 게 금융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한·미 FTA 비준과 관련해 “경제 범위가 넓어졌다”면서 “과거와 다른 상황인 만큼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정병철 부회장은 이날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경제법령의 재정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업계는 한·미 FTA 발효로 인한 증시 수혜 종목으로 자동차부품, 섬유, 방송미디어업체 등을 꼽았다. 특히 관세가 즉각 철폐되는 자동차부품 업종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3일 증시에서 코스닥지수가 3% 이상 하락하는 가운데 ‘운송장비·부품’ 업종은 0.31% 상승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