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통과 이후] 포드 ‘토러스 3.5’ 관세 철폐 땐 250만원 가격 인하
입력 2011-11-23 21:56
한·미 경제동맹시대… 어떻게 달라지나
② 자동차 시장 날개 달았다
자동차 분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은 FTA 효과에 힘입어 미국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관세는 한·미 FTA 발효 4년 후에 완전 철폐된다. 만약 내년 1월 1일 발효가 되면 미국은 2016년에 한국차에 대한 수입관세 2.5%를 없앤다. 관세 철폐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FTA로 인한 수출 증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차가 선전하고 있는 상황이라 장기적으로 FTA는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 충분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1300만대 시장 열렸다=현대·기아차는 올해 10월 미국 시장에서 8.8% 점유율을 기록하며 혼다, 닛산 등을 제쳤다. 10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많은 95만411대를 팔아 미국 시장 진출 이후 25년 만에 연간 100만대 판매를 달성할 전망이다.
23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자동차공업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자동차 시장 규모는 1177만2000대로 나타났다. 2006년 1700만대보단 줄었지만 5년 평균 1300만대 규모로 세계 시장 점유율 20%가량을 차지하는 큰 시장이다.
올해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는 10월까지 72억5000만 달러어치로 전체 미국 수출의 15.7%를 차지했다. 자동차부품도 41억3000만 달러어치를 팔았다. 완성차와 부품을 모두 포함하면 미국 수출의 24.6%가 자동차 관련 산업에서 발생할 정도로 효자산업이다.
자동차부품의 경우 한·미 FTA 발효 즉시 관세가 완전히 없어지기 때문에 큰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수출이 늘면서 부품 수요가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관세 인하로 미국 내 자동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할 기회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최대 4%의 관세가 없어져 현지 공장의 부품조달비 인하로 경쟁력 제고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5000여개 국내 중소부품 업체들의 수익 증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출 효과가 수입보다 커=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미국산 차에 부과되는 8%의 관세는 내년부터 4%로 낮춰진 뒤 2016년 완전 철폐된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지난해 146만5000대 수준으로 미국의 10분의 1에 지나지 않아 수출 효과가 수입 효과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2만∼2만8000달러에 팔리고 있는 현대차 쏘나타는 관세가 철폐되면 500∼700달러가량 가격 인하가 가능하다. 반대로 미국 포드가 만든 토러스 3.5 모델의 경우 국내에서 현재 3900만∼4500만원에 팔리고 있다. 관세가 없어지면 250만원 안팎의 가격 할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해외 현지 공장 생산을 꾸준히 늘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지경부에 따르면 국내 업체의 자동차 현지 생산 비중은 2006년 25.5%에서 지난해 47.1%로 증가했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현대 엑센트 1.6 기본형 모델은 1만3846달러로 경쟁 모델인 도요타 야리스 1.5(1만4019달러)보다 1.25% 저렴하다. 관세가 없어지면 한국에서 수출하는 물량도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기 때문에 수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미국산 차도 8%의 관세가 없어지면 국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유럽연합(EU) FTA 발효 이후 폭스바겐, BMW 등 유럽 브랜드의 국내 판매가 증가하고 있어 미국 브랜드도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본 업체들이 미국을 통해 우회 입성하는 전략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업체인 도요타는 최근 7인승 밴 시에나를 미국에서 들여온 데 이어 내년부터 중형차 캠리도 미국에서 들여온다. 이토 다카노부 혼다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방한해 “해외 생산거점, 특히 북미 생산거점을 활용해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몇 가지 우리에게 불리한 조항도 있다. 관세 철폐 이후 한국차의 미국 수출이 급증하면 미국은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해 예전처럼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또 미국산 차의 경우 한 해에 2만5000대까지 국내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수입이 가능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첫 합의 당시에는 한 해 6500대로 결정됐으나 추가 합의를 통해 4배로 늘어났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