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으로… 대법·헌재도 ‘개점휴업’

입력 2011-11-23 21:47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에 따른 국회 파행으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업무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김용덕(54), 박보영(50)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가 지연돼 대법관 공백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용환(52)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는 4개월 넘게 보류됐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전체 대법관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 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와 위헌 가능성이 있는 일부 심판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

24일 국회 본회의가 잡혀 있지만 야당이 국회일정을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해 개회 여부가 불투명하다. 전임자인 박시환, 김지형 대법관이 지난 18일 퇴임하면서 사법부의 최고의결기관인 전원합의체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제외한 대법관 12명과 대법원장 등 13명으로 구성되는 전원합의체는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중요한 상고심 사건 등을 심리·판결한다. 대법관이 한 명이라도 공석이면 개최되지 않는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 9월 27일 취임한 지 2개월이 다 되도록 한 번도 열리지 못했다.

다른 대법관의 업무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대법관 1명이 처리하는 상고심 사건은 연간 2500건 안팎에 달한다. 대법관 1명이 1주일간 업무를 중단하면 약 48건의 사건 처리에 차질이 생기고 다른 대법관의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다.

헌법재판소도 재판관 공백 기간이 138일째를 맞았다. 국회 파행으로 조 후보자 선출안 처리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여 2006년 전효숙 당시 재판관이 헌재 소장으로 지명됐다가 무산되면서 초래된 140일간의 헌법재판관 공석 기록경신은 시간문제다.

헌재는 모두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는데 재판관 7인 이상이면 위헌법률, 권한쟁의, 헌법소원 등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 당장 업무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8인 재판부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재판관 5명이 위헌 의견을 제시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경우 1명의 재판관 의견에 따라 위헌과 합헌이 갈리기 때문에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해 대법관의 임기가 만료되거나 정년이 도래하는 경우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계속 수행토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헌법재판관이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계속토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