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삶의 풍경] 나 목(裸 木)
입력 2011-11-23 18:07
길 위에 나뒹구는 나뭇잎 뒤로 가을이 저만큼 물러서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세상 사는 인심에 그다지 기대하는 게 없어졌습니다. 나뭇잎도 제 갈 길을 가는구나! 그리 생각할 따름이지요. 그렇다면 우리 이 땅에 태어나 단 한 가지도 걸치지 않고 태어난 것을 기억하는지요? 나무도 계절을 알아 저리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스스로 다 벗어버립니다. 훌훌 벗어던지고 내년을 기약하는 생명의 이식을 준비하는 것이지요. 화가는 누드를 그림으로써 비로소 인체의 구조를 알게 되는 것처럼, 새로운 상상과 그 이상의 어떤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면 인체는 비로소 이 옷 저 옷을 받아들이는 모델이 되는 것이지요. 자연도 마찬가지입니다. 다 비워내고 벗어 던지고 나면 새로운 옷을 새봄에 입으며 단장할 것입니다. 우리 인간들 또한 비움의 미학을 통하여 새로운 이상을 건지고 얻을 것입니다. 그것은 모든 것을 벗어 던짐으로써 가능한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