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국민봉사 관점에서
입력 2011-11-23 17:36
반년 가까이 끌어온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가 국무총리실의 조정안 도출로 결론나는 듯하다 경찰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어제 총리실이 내놓은 조정안의 핵심은 경찰의 자율적인 내사 권한을 인정하지만, 중요 내사 사건은 사후적으로 검찰의 통제를 받게 하고, 경찰에 ‘이의 청구권’을 준다는 것이다. 검사나 검찰 직원 관련 비리 수사는 독자적으로 하겠다는 경찰의 요구안은 거부됐다.
검찰이 요구할 경우 진행 중인 수사를 중단하고 사건을 곧바로 송치하도록 지휘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검찰과 경찰의 상호 견제가 가능하도록 동등한 수사주체로 법규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경찰 주장도 거부됐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개정 형사소송법 취지에 어긋나게 대통령령이 제정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총리실 조정안은 경찰이 불만을 가질 만하다. 경찰 조직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제대로 된 기능과 역할을 못하게 한다는 경찰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개정 형소법에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주체성이 인정돼 있는데도 하위 규범인 대통령령에서 검찰의 수사 중단 송치 지휘명령이 가능하게 할 경우 모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도 사실이다.
경찰의 반발이 이해되는 측면이 있지만 문제는 과연 우리 경찰 수준이 검찰의 지휘 없이 독자적인 내사를 할 경우 인권침해 소지가 없겠느냐 데 있다. 허위수사보고서로 피의자들을 체포한 경찰관이 엄연히 존재하는 마당에 독자적인 권한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 수사권을 강화해 거대한 검찰권을 견제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동의는 하지만 시기상조다.
수사권 조정 문제는 자칫 기관 간 힘겨루기로 비화할 수 있다. 범죄를 신속히 제압하고 인권이 존중받는 수사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찰은 인권 수사의 기틀을 다진 뒤 검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한다. 검찰도 가능하면 경찰의 독자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권한을 행사해 기관 갈등을 없애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