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해균 선장, 국제해사기구 총회서 ‘세계 최고 용감한 선원상’ 수상
입력 2011-11-22 19:05
“선원으로서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 해적이란 단어가 사라지길 바란다.”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58) 선장이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국제해사기구(IMO) 총회장에서 ‘세계 최고 용감한 선원상’을 수상한 뒤 가슴 뭉클한 소감을 전했다. 지난 1월 15일 아덴만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에 투입, 활약한 석 선장은 당시 입은 총상의 후유증으로 이날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시상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표정엔 자신감과 웃음이 묻어났다.
영어로 수상 소감을 준비한 석 선장은 “그 순간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생각만 했다”며 운을 뗐다. 그는 “비록 어려운 조건이었지만 실천으로 조금씩 옮겼을 뿐”이라며 “세계 여러 해역에서 아직도 선량한 선원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수많은 해적행위가 자행되고 있는 데 대해 35년의 세월 동안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저로서는 두려움과 분노와 허탈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개탄했다. 또한 모든 선원을 위해 해적 퇴치에 적극 관여해 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시상식에서는 석 선장이 겪어온 피랍부터 병원 후송, 회복 과정까지를 담은 영상이 상영됐으며, 석 선장이 소개되자 박수갈채가 쏟아지기도 했다. 총회장에는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추규호 주영 한국대사, 석 선장의 부인 최진희(59)씨를 비롯해 169개국 대표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부인 최씨는 “(구출 작전 후 오만 살랄라 술탄 카부스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살아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국민 여러분과 의료진에게 감사하고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현재 석 선장은 8개월여의 치료를 마치고 지난 4일 퇴원해 부산 자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석 선장도 “두 다리는 80∼90% 회복됐다”며 “왼손은 지금 25% 정도 기능을 할 수 있다”고 호전된 상태를 전했다.
유엔 산하기구인 IMO의 ‘세계 최고 용감한 선원상’은 2007년 제정된 이후 해상에서 인명을 구하고 해양오염 방지를 위해 특별히 노력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돼 왔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