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기세 꺾어라” 현대차, 마케팅 가속

입력 2011-11-22 18:33


현대차가 국내 고급차 시장 사수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수입차가 약진하며 현대차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다음 달 18일까지 수입차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5박6일간 제네시스와 에쿠스 무료 시승행사를 진행하고 10만원 상당의 주유상품권을 주기로 했다. 시승 행사는 44명씩 7차에 걸쳐 진행돼 모두 308명에게 시승 기회가 주어진다.

현대차는 수입차를 보유하고 있는 고객이 11월에 제네시스나 에쿠스를 구입하면 100만원, 그랜저와 베라크루즈는 30만원, 기타 차종은 20만원을 할인해주는 행사도 하고 있다.

현대차가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는 것은 에쿠스와 제네시스 등 고급차의 가격경쟁력이 이전보다 약해졌기 때문이다. 에쿠스 2002년형 모델은 4000만∼6000만원 수준이었는데, 2012년형 모델은 6900만∼1억1250만원으로 가격이 껑충 뛰었다. 현대차는 주력인 아반테, 소나타, 그랜저 등도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100∼200만원가량 인상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품질이 눈에 띄게 향상된 데다 각종 첨단 편의사양을 추가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가격이 상승했다”면서 “수입차와 맞붙어도 뒤질 게 없다고 보기 때문에 품질로 승부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면 수입차의 가격은 싸지고 있다. 지난해 6228대가 팔리며 수입차 중 판매 1위를 했던 메르세데스 벤츠 E300은 2009년 국내 출시 당시 6910만∼8150만원이었으나 현재 6970만∼8180만원에 팔리고 있다. 에쿠스 2012년형 모델보다 싸거나 비슷한 가격대다. 외제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한국 소비자들 중에는 같은 값이면 에쿠스를 사느니 벤츠를 사겠다는 사람이 많다. 하물며 벤츠가 에쿠스보다 싸면 말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벤츠 E300은 올해도 10월까지 5960대가 팔려 지난해 판매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3000cc급인 BMW 528도 10월까지 5687대가 팔려 이미 지난해 판매량(5130대)을 넘어섰다. 올해 수입차 시장에서 3000cc 이상 대형차는 모두 2만1918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7% 증가했다. 수입차 전체 시장도 지난해보다 18.9%가 늘었다.

이 밖에도 한국도요타가 최근 렉서스 일부 모델의 가격을 최고 3000만원까지 내리는 등 수입차 업체들은 FTA 등으로 인한 가격인하 요인 발생분을 적극 활용해 시장을 넓히고 있다.

한 수입차업체 관계자는 “수입차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고, 시장이 커지면서 수입차 구입이 사치라는 인식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면서 “국내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준중형 시장은 힘들겠지만 고급차 시장에서 수입차의 경쟁력은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