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첩보원 10여명 레바논서 체포
입력 2011-11-22 18:29
이란과 레바논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대한 정보수집 활동을 벌이던 미국 중앙정보국(CIA) 현지조직 2곳이 적발돼 10여명이 처형될 위기에 처했다고 미 abc방송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어 이번 사건이 국제사회의 이란 핵개발 제재조치에 대한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헤즈볼라, ‘피자(PIZZA)’ 움직임 포착=이번 사건에 밝은 전·현직 CIA관리들에 따르면 헤즈볼라 이중스파이들은 최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CIA정보원들과 요원들의 비밀회동을 포착했다. 이들은 ‘피자(PIZZA)’라는 암호명을 사용했으며 장소는 ‘베이루트 피자헛’으로 불렸다. 이후 헤즈볼라는 이들을 집중 감시해 CIA 현지조직을 적발한 것이다. 아직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체포된 인원은 최소 10여명일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앞서 지난 6월 헤즈볼라 최고지도자인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는 “헤즈볼라 고위직 2명이 CIA 스파이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지난 5월 헤이다르 모슬레히 이란 정보장관도 “미국과 이스라엘 스파이 30여명을 체포했다”고 말했다.
1980년대 CIA에서 헤즈볼라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로버트 배어는 “헤즈볼라는 대개 스파이 혐의를 받거나 현장에서 적발된 이들을 처형한다”면서 “체포된 이들을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CIA에 상당한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인 이란과 레바논에서 CIA의 움직임이 노출돼 이 지역에서의 활동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란 제재와의 연관성 주목=헤즈볼라가 이란 정부의 지원 속에 급성장했다는 점에서 이란 핵개발에 이은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목된다. 미 국방부는 헤즈볼라가 매년 이란에서 1억∼2억 달러를 지원받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헤즈볼라는 그동안 자칭 ‘스파이 박멸조직’이라고 부를 만큼 내부감시를 강화해 왔다. 헤즈볼라의 ‘스파이 사냥꾼’들은 최신 해킹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사용횟수가 적거나 특정 위치에서 짧은 시간만 사용되는 휴대전화를 집중 추적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헤즈볼라가 전 세계 테러조직 가운데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헤즈볼라는 알카에다가 9·11테러를 일으키기 전까지 미국이 가장 예의주시하던 테러조직이다. 83년 베이루트에서 미 해병대 사령부에 폭탄테러를 일으켜 미군 24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