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통과 이후] 생삼겹·냉동 목살 관세 22.5% 10년간 철폐
입력 2011-11-22 15:13
한·미 경제동맹시대… 업종별 변화 ① 확 바뀌는 소비생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입고 마시고 꾸미고 즐기는 모든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농업과 어업은 물론이고 자동차 등 국내 전 산업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삼겹살 가격이 대폭 내리고, 자동차 수출이 신장되는 등 한·미 FTA 효과는 세계경제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에 활력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농업분야 피해와 지적소유권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분야별 예상되는 변화와 문제점 등을 시리즈로 다룬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장바구니 물가가 한결 가벼워진다. 체리, 유기농 포도즙, 캘리포니아산 아몬드 등은 즉시 관세가 철폐돼 지금보다 8∼45% 싼값에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이 비싸 구매를 꺼렸던 미국산 의류나 핸드백, 가방, 2000cc 이하 자동차도 훨씬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
◇소비자 지갑 훨씬 가벼워진다=미국산 생삼겹살과 냉동목살은 관세 22.5%가 향후 10년간 점진적으로 철폐된다. 10월 말 현재 ㎏당 1만3000원인 생삼겹살은 당장 286원, 1만400원인 냉동목살은 228원 인하 효과가 나타난다. 10년 뒤에는 ㎏당 각각 1만612원, 832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지금은 전체 수입 생삼겹살 중 미국산 비중이 45%다. 하지만 미국과 더불어 EU·캐나다·칠레가 국내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면 가격 인하 효과가 훨씬 빨리 나타날 수 있다.
와인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현재는 1만원 하는 캘리포니아 와인이 우리나라에 도착하면 관세와 주세로 6만8245원이 붙었다. 한·미 FTA 발효 이후에는 세금이 4만6300원만 추가된다. 15%에 달하는 관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관세인하 부분이 유통업체의 와인 원가에 반영돼 소비자들은 15% 이상의 할인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본다.
치즈에 부과했던 관세 36%도 사라진다. 대형마트에서 340g당 5400원에 팔리는 미국산 벨비타 치즈는 3971원으로 가격이 떨어진다.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는 닭가슴살은 10년에 걸쳐 18%의 관세가 인하된다. 8만9000원짜리 캘빈클라인 스키니진, 7만2000원짜리 토미 힐피거 티셔츠는 당장 각각 1만239원, 8283원 싸진다. 의류나 셔츠, 넥타이, 모자, 가방 등에 부가됐던 8∼13% 관세가 철폐되기 때문이다.
◇수입자동차 얼마나 싸질까=현재 국내 시장에서 미국산 승용차의 영향력은 크지 않지만 한·미 FTA가 발효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산 승용차에 대한 관세가 현행 8%에서 4%로 낮아지고 5년째에는 완전 철폐되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자동차업계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는 한·미 FTA로 저렴해진 한국산 부품을 대량 구매한 뒤 완성차를 만들어 우리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더구나 관세 혜택은 국적이 아닌 차량 생산지를 기준으로 한다.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도요타, 닛산, 혼다, BMW, 폭스바겐 등 일본·유럽 차량도 ‘미국산’ 마크를 달고 한국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
특히 한·EU FTA가 발효된 상황에서 한·미 FTA까지 이어져 자동차 업계의 가격 인하와 서비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체 간 경쟁은 소비자 혜택으로 이어진다.
세금도 낮아진다. 배기량이 2000cc가 넘는 대형차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는 현행 10%에서 당장 8%, 향후 3년 내에 5%로 낮아진다. 개별소비세 감소는 국산차에도 적용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관세와 개별소비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취득·등록세 등이 연쇄적으로 낮아져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 인하 효과는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방식도 바뀌어=법률·회계 서비스 시장 개방으로 국내 기업과 소비자의 선택폭이 커진다. 한·미 FTA 발효 이후에 미국 변호사 자격 소지자가 국내에서 국제공법·미국법에 대한 자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발효 5년 뒤에는 미국 로펌이 국내 로펌과 합작회사를 세워 국내 변호사를 고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문화생활도 다양해진다. 외국방송사의 간접투자로 유명 미국 드라마를 국내에서 동시에 시청할 수 있다. 국산 애니메이션과 영화에 대한 의무편성비율이 감소해 해외의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 시청도 가능하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