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외박 이병 자살 가혹행위 때문”

입력 2011-11-22 21:48

지난달 외박을 나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육군 이병은 선임병의 상습적인 가혹행위에 시달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부대 간부들은 구타와 가혹행위가 일어났음을 알고도 축소 보고해 사건을 감추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책임자에 대한 형사조치와 병영문화 개선을 국방부 장관 등에게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자대배치 2개월 만인 지난 10월 16일 외박 중 자살한 김모(20) 이병 사건을 직권조사한 결과 선임병에 의한 가혹행위와 중대장의 부대관리 소홀이 자살과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22일 밝혔다.

김 이병의 유족은 지난달 26일 “부대에 구타와 가혹행위가 만연해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음에도 경미한 구타사건으로 처리하는 등 방치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선임병들은 ‘근무시간을 착각했다’, ‘근무 중 졸았다’는 등의 이유로 김 이병을 매일 때렸을 뿐 아니라 자해를 하며 자살 가능성을 보였음에도 이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이병은 또 부대에서 전통처럼 내려오는 악습인 ‘행동제한’과 ‘업무전담’에도 시달렸다. 그는 체육복 상의의 지퍼를 목까지 올리지 못하고, 냉동식품을 먹지 못하는 등 사소한 행동에도 제약을 받았다. 청소와 허드렛일도 도맡아 해야 했다. 이를 지키지 않을 땐 선임병을 대신 혼낸 뒤 괴롭히게 하는 ‘내리갈굼’을 당했다.

인권위는 “이 부대 중대장은 가혹행위와 상습 구타, 악습이 횡행함을 알고도 절차대로 보고하지 않고 경미하게 처리했다”며 “대대장은 가혹행위를 알릴 수 있는 ‘소원수리’를 형식적으로 운영했다”고 밝혔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