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않는 교내 성범죄 “학교가 무서워요”… 학교지킴이·보안관제 있으나마나
입력 2011-11-23 01:26
지난 10월 서울 관악구 한 고등학교에선 이 학교 남학생 A군이 같은 학교 여학생의 몸을 더듬고 강제로 입을 맞추는 사건이 발생했다. A군은 학교로부터 일정 기간 출석정지 명령만 받았다. 지난 4월 관악구의 한 중학교에선 2학년 남학생이 같은 학교 여학생의 특정 신체부위를 폭행해 전학 조치됐다. 지난해 9월엔 영등포구 한 초등학교의 당직기사가 3학년 여아를 성폭행해 사법 처리돼 학교를 떠났다. 7월엔 동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통학버스 기사가 2학년 남아를 성추행한 사실이 적발돼 역시 해고됐다. 6월엔 양천구 한 중학교에서 이 학교 배움터지킴이가 여학생 3명을 성추행해 학교에서 쫓겨났다.
모두 학교 안에서 발생한 성범죄다. 서울시내 초·중·고교에서 배움터지킴이와 학교보안관 제도에도 불구하고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학교 측은 사건을 감추기에 급급하다.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이다. 강력한 사후조치와 학교 보안시스템 확충이 시급하다.
22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내 초·중·고교에서 지난해 9건(초등학교 2건, 중학교 7건), 올 들어 지금까지 9건(초·중·고 각 3건)의 교내 성범죄가 발생했다.
성범죄의 대부분이 학생 또는 학교 관계자에 의해 발생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교내 성범죄를 저지른 학생 13명 중 5명이 특별교육, 8명이 전학 조치를 받았다. 올해는 학생 7명 중 6명이 전학, 1명이 출석정지 조치되는 데 그쳤다.
학교 보안관리자의 유명무실을 탓하는 목소리도 높다. 2005년 11월 출범한 배움터지킴이는 퇴직 경찰관·교원들로 교내·외 순찰을 담당한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서울시내 초등학교 547곳에 학교당 2명씩 학교보안관도 배치했다. 그러나 사건 대부분이 배움터지킴이와 학교보안관이 상주하는 동안 교내 옥상과 계단 등에서 일어났다. 학교마다 CCTV가 설치돼 있지만 범죄 현장을 적발하기가 어렵다. 보안관리자가 학교당 1∼2명에 불과해 순찰로 범죄를 예방하기도 힘들다.
현재 서울시내 대부분의 학교에서 행정 담당자가 CCTV 관리도 맡고 있다. 교내에 보안 및 감시만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CCTV 관제 시스템이 설치된 학교는 전혀 없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내년에 서울 강남구, 구로구, 노원구, 중구에 11억6500만원을 들여 초등학교 CCTV 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라면서도 “예산이 부족해 중·고교의 통합관제센터 설치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