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숲속의 기도
입력 2011-11-22 18:05
늦가을 비로 젖은 숲은 참 좋은 기도처가 됩니다. 늘 앉는 자리지만 이렇게 늦가을 비가 내린 날은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잣나무 잔솔가지가 푹신하긴 해도 간밤에 내린 비로 젖은 날은 그냥 서서 기도하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늘은 낮게 내려와 숲에 걸려 있어서 맑은 날보다 친근하기에 기도하는 마음이 더 편안합니다. 또 서서 기도하기에 하늘이 더 가까이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늦가을 비가 내린 숲에는 모든 것이 젖어 있어 모든 소리까지 품는 것 같습니다. 가지 끝에 이슬처럼 생겨난 늦가을 빗방울은 영롱한 기도응답의 열매처럼 매달려 있습니다.
늦가을 비가 내린 숲은 기도하기 좋은 곳입니다. 코끝으로 느껴지는 향취는 영혼까지 맑게 씻어줍니다. 손끝이 시리기에 더 간절히 붙잡고 기도하게 합니다. 가끔씩 느껴지는 한기(寒氣)는 영혼을 더욱 깨어나게 합니다. 그래서 기도는 춥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님께서 주신 초대장인 것 같습니다.
늘 하늘은 그 자리에 있기에 그곳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주님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늦가을 비가 내린 숲은 기도하기에 참 좋은 곳입니다.
배성식 목사(용인 수지영락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