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비준안 통과] 김선동, 최루탄 가방에 숨겨와 발언대 서는 순간 ‘펑’
입력 2011-11-23 00:56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22일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터뜨린 것은 1966년 9월 김두한 의원의 인분 투척 사건 이후 최악의 의사진행 방해 행위로 기록될 전망이다.
자신의 가방에 최루탄을 숨겨 들어오는 데 성공한 김 의원은 한동안 단상 주변을 서성였다. 오후 4시8분 발언대에 선 김 의원은 허리를 굽혀 최루탄 뇌관을 뽑았다. ‘펑’ 소리가 나면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백색가루가 본회의장을 채웠다. 김 의원 바로 뒤에 위치한 정의화 국회부의장은 수건으로 코를 막으며 고통스런 표정을 지었다.
김 의원은 연기를 버티고 서 있다가 떨어진 백색가루를 모아 정 부의장 얼굴에 다시 뿌렸다. 정 부의장은 경위들의 호위를 받으며 의장석을 비웠다.
최루탄이 터지자 본회의장 의장석 주변은 아수라장이 됐다. 의원들은 속속 본회의장을 빠져나갔고 경위들은 김 의원을 급히 끌어내려 일시 격리했다. 김 의원은 끌려 나오며 “역사가 한나라당을 심판할 것”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이렇게 몰상식하고 불법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가”라며 “이런 사람이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라니 믿을 수 없다”고 반응했다.
김 의원은 올해 4·27 전남 순천을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 당선된 초선 의원이다. 고려대 총학생회 간부로 있던 1988년 미국 문화원 점거투쟁으로 구속된 이후 대학을 중퇴하고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최루탄을 터뜨린 뒤 “이토 히로부미를 쏜 안중근 의사의 심정이었다”며 “지금 심정으로는 폭탄이라도 있으면 성공한 쿠데타라고 희희낙락하는 한나라당 일당독재 국회를 폭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날 저녁 여의도에서 열린 한·미 FTA 반대 집회에 참석해서는 “서민들 피눈물 흘리게 할 협정문을 처리하면서 국회의원들도 눈물을 흘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루탄을 터뜨렸다”고 했다. 앞서 그는 오전 보좌진들과의 회의 자리에서 “내가 감옥 갈지 모르지만 일을 열심히 하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린 행위는 형법 138조 법정 또는 국회회의장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한다. 2008년 국회 외통위 한·미 FTA 비준동의안 상정 과정에서 회의장 내에 소방호스로 물을 뿌린 당직자에게 이 죄가 적용된 바 있다. 인분을 투척했던 김두한 의원도 이 법을 적용받아 징역형을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관할 검찰청에 고발장이 접수되면 법리 검토를 거쳐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터뜨린 최루탄과 관련해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에서 사용하는 장비가 아니다”며 “군대에서 화생방 훈련할 때 쓰는 CS탄과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날 김 의원이 사용한 최루탄이 전경들이 총 모양의 발사기에 장전해 쏘는 ‘SY44탄(일명 직격탄)’과 모양이 흡사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
☞ FTA본회의 처리 영상. 제공=정옥임 의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