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비준안 통과] 한국 경제영토 세계 3위 규모로… ‘통상강국’ 발돋움

입력 2011-11-22 22:25


한·미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지렛대로 군사동맹에서 경제동맹으로 진화하게 됐다. 1882년 수교를 맺은 지 129년 만에 정치·외교·안보에서 경제까지 ‘혈맹(血盟)’의 지위를 다진 셈이다.

한·미 FTA는 국토면적 비중이 세계에서 0.1%에 불과한 한국이 경제영토로는 세계 3위에 올라서는 역사적 사건이다. 우리 정부는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이 5.66% 증가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군사동맹에서 경제동맹으로=지난 9월 13일 이명박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 60년간 공고히 유지한 정치·군사동맹에 경제동맹이 더해져 한·미관계가 한 차원 더 높게 도약하게 됐다”고 밝혔다. 양국 관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경제 동반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FTA 발효로 미국은 동북아시아에서 군사·외교적 교두보는 물론 경제적 거점도 마련하게 됐다. G2로 성장한 중국을 견제하면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계기를 잡은 것이다.

한국은 우선 경제영토가 대폭 넓어졌다. 한국을 비롯해 한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의 GDP 비중이 세계 GDP의 60.9%에 이르게 됐다. 칠레(87.3%), 멕시코(71.6%)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미국(33.1%), 일본(17.1%), 중국(16.9%)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에게 경제영토가 넓어진다는 것은 시장 확대, 수출 경쟁력 강화 등 상당한 의미를 준다.

여기에다 한국은 중국에 쏠려 있는 무역구조를 완화할 수도 있다. 미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 수출액에서 10% 정도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21%), EU(12%)에 이어 3대 교역국가다. 미국과 교역하는 비중이 늘면서 중국과 균형상태를 이루면 대외 충격에 한층 강해질 수 있다.

◇실질 GDP 5.66% 상승=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미 FTA 발효가 우리 경제의 경기 하락을 막아줄 ‘버팀목’이라고 본다. 당장 내년 경제성장률을 0.1∼0.3% 포인트 올릴 수 있다고 내다본다.

10개 국책연구기관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FTA 발효 이후 10년간 일자리 35만개가 생긴다. 실질 GDP는 5.6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낮아진 관세가 투자로 이어져 경제 규모를 늘리고, 개방으로 기업 경쟁 환경이 강화돼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가정 아래 이뤄진 예측이다.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이익(후생효과)은 최대 321억9000만 달러 수준으로 평가된다. 향후 15년간 전체 무역수지는 연평균 27억6500만 달러, 대미무역수지는 1억3800만 달러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농축수산업은 피해가 불가피하다. 농축수산업은 수입 증가로 향후 15년 동안 생산액 감소가 연평균 8445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은 FTA가 발효되면 수출이 한해 110억 달러 늘어나고 일자리 7만개가 창출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상품 교역이나 일자리 창출에서 기대만큼 이익을 얻지 못해도 자본·서비스 분야에서 많이 챙길 수 있다고 본다. 56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한국의 금융, 정보통신(IT), 에너지, 환경 등 서비스 분야 시장이 ‘황금알’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이 제시한 FTA 경제효과가 ‘장밋빛’ 일색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실질 GDP 증가율은 0.08∼0.13% 정도라고 반박하고 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