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교회 송중섭 목사의 ‘연평도 北 도발 1년’… “고난 속에도 새신자 축복이”
입력 2011-11-22 20:33
23일은 연평도 포격 1주년이 되는 날이다. 1년 전 오후 2시34분. 송중섭(45·사진) 연평교회 목사는 선착장에서 연신 시계만 보고 있었다. 자신의 목사 위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육지에서 오기로 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쾅! 콰콰쾅!” 저 멀리 연평교회 앞 KT송신탑에서 불길이 올랐다. 영화처럼 불꽃이 튀고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랐다.
‘뭐야? 무슨 훈련을 저딴 식으로 하는 거야.’ 송 목사는 처음에 국군이 포탄을 잘못 쏜 줄 알았다. 마침 오전부터 훈련이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 포탄은 비 오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그제서야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에 있을 두 아이가 뇌리를 스쳤다. 교회를 지키고 있을 아내도 걱정됐다. 휴대전화 버튼을 눌렀지만 먹통이었다.
오후 4시가 넘어서 마을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가족은 모두 무사했다. 마을 주민들이 ‘정 떨어진다’며 모두 섬을 탈출할 때 송 목사는 아내에게 이런 말을 건네며 남자고 했다. “여보, 이곳은 정말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땅 같아. 이 일 때문에 우리를 여기로 보내신 거야.” 그는 “위험하다”는 성도들의 성화에 못 이겨 육지로 나갔다가 10일 만에 다시 연평도로 돌아왔다.
교회도 포격으로 유리창과 승합차가 파손됐다. 예배당 수리 때문에 한동안 교육관에서 예배를 드렸다. 전국 교회가 십시일반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포격 때문에 취소됐던 ‘역사적인’ 위임식은 5개월 후인 4월 4일 열렸다. 예장 통합 총회 임원이 모두 참석하고 총회가 행사비는 물론 식사비용까지 댔다. 목사 위임식에 총회 임원이 모두 참석하고 식사비까지 대는 경우는 없다.
주민 중에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것을 두고 동네에선 “하늘이 도왔다”는 소문이 퍼졌다고 한다. “군에서는 북한이 조준 포격을 했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그건 무차별 포격이었어요. 우리 장로님 댁만 해도 지붕이 뚫렸거든요. 마을 주민 중에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던 것은 정말 하나님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포격 때문인지 주민 4∼5명이 새로 교회에 출석하고 있습니다.” 주택이 파손된 39가구는 현재 연평초등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가건물에서 생활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교인 4가구 중 1가구만 새 집으로 이사했고 나머지는 다음 달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연평도는 돈이 있다고 해서 집을 지을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건설인력이 들어오기를 주저하기 때문이죠. 정부 지원으로 얼마 전 새집에 입주한 성도 집에 심방을 갔는데 ‘로또 맞았다’며 질투하는 이웃 때문에 감정을 절제하는 표정이 역력해요. 그래서 그랬습니다. 새까맣게 탔던 마음뿐만 아니라 재산에 대한 보상이라고요.”
송 목사는 1년이 지난 지금 마을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과거엔 군에서 훈련을 해도 관심이 없었어요. 근데 포격이 있고 나선 훈련만 있어도 주민들이 무슨 일이라도 날까봐 불안해해요. 하지만 ‘포격 때문에 1인당 5만원씩 정착금이 지원되고 연평도가 유명해졌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처음보단 상황이 많이 좋아지긴 했습니다. 그래도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북한에 대해선 치를 떱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 때문일까. 예배당 입구에는 북한 중보기도가 담긴 큐티책 ‘북한사랑’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연평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