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비준안 통과] 민주당 후폭풍… 손학규 책임론 몰아칠 듯
입력 2011-11-23 01:09
결사저지 방침을 밝혔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22일 국회에서 전격 처리됨에 따라 민주당이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특히 비준동의안 처리과정에서 무기력한 제1야당의 현주소가 그대로 노출돼 원내 지도부는 물론 손학규 대표 체제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폐기 또는 유보를 위한 미국과의 재협상에 즉각 착수한다는 서면 약속을 받아오지 않는 한 FTA를 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당내 협상파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지도부는 한 치의 입장 변화도 없었고, 결국 여당과의 강(强) 대 강(强) 대결에서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FTA가 비준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전통적 야당 지지층은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제대로 ‘한판’ 붙어 비준을 막아내기를 바랐고, 중도진영 지지층에서는 민주당이 ISD 관련 독소조항을 조금이라도 개선해줄 것을 기대했지만, 민주당은 그 어느 쪽도 만족시켜 주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도부의 속수무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쇄도하고 있다. 특히 여당이 본회의장을 점거할 때 소속 의원들의 출판기념회장이나 쫓아다닌 손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에 대한 원성이 커지고 있다.
당장 FTA 비준 뒤 본회의장에서 열린 긴급의총에서 박지원 의원이 “지도부가 책임지라”고 압박하는 등 손 대표 사퇴론이 제기되고 있다. 현 지도부가 그렇지 않아도 야권통합 작업과 관련해 당내 비주류 쪽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온 상황에서 재차 지지자들을 실망시킨 만큼 이번에는 사퇴해야 한다는 게 비주류 강경파들의 입장이다.
여당의 FTA 비준 강행처리가 현재 진행 중인 야권 통합작업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고 정권교체를 위해선 야권 전체가 반(反)한나라당 투쟁을 해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선 현재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중(中)통합 작업과 민주노동당 중심의 소(小)통합이 결부돼 자연스레 대(大)통합으로 이어질 개연성도 있다.
아울러 이번 사태가 기존 정치권의 한계를 재차 노출시켰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에게 타격이 될 수도 있다. 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이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주축이 된 제3 세력이 부상하는 계기로 연결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안 원장이 여권의 강경일변도 드라이브를 고리삼아 야권과 반(反)한나라당 전선에 같이 설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