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비준안 통과] 합의처리 가로막은 ‘ISD 조항’ 어떻게 될까
입력 2011-11-22 22:05
여야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합의처리하지 못한 가장 큰 장애물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이었다. 야당은 한·미 FTA에서 가장 치명적인 독소조항으로 ISD를 지목하며 ‘ISD 삭제 재협상’을 주장해 왔다. 다국적 투기 자본이나 기업이 소송을 남발할 경우 우리 국가의 공공정책과 법 등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정부는 ISD가 일반적인 투자협정에 포함되는 투자자 보호 장치로서 정부 정책이 위협받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인터넷 등을 통해 우려와 논란은 증폭돼 왔다.
하지만 여당이 비준동의안을 강행 처리함으로써 ISD 조항은 갈등의 불씨로 남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제안했던 ‘한·미 FTA 발효 후 3개월 내 ISD 재협상’ 약속도 변수다. 이 약속대로면 한·미 FTA가 내년 1월 발효되는 것을 전제로 내년 4월쯤에는 우리 정부가 미국과 ISD 내용에 대한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한·미 FTA 비준안이 여당 일방으로 처리됐기 때문에 반대론자들의 반발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라도 이 약속을 무시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ISD 조항을 삭제하는 수준의 협상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정부는 ISD가 불가피한 제도이고 미국에 진출할 우리 기업들을 위해서도 오히려 필요한 제도라고 설명해 왔다. 대통령의 제안에도 ‘삭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또 상당수 국가가 투자보장협정에 포함시켜놨을 만큼 보편화된 제도여서 설사 우리 정부가 삭제요구를 하더라도 미국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ISD 협상은 이미 한·미 통상당국이 FTA 공동위원회 하에 설치키로 한 서비스·투자위원회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양국은 FTA가 발효되면 90일 이내에 공동위원회 첫 회의를 열어 안건을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안건은 협정과 관련된 어떤 사안이든 가능하다고 열어 놓았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2일 “대통령이 약속한 만큼 정부로서 성실히 문제를 제기하고 미국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