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비준안 통과] 연말 정국 급랭… '예산안 처리' 또 충돌 가능성
입력 2011-11-23 01:10
한나라당이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함에 따라 연말 정국은 일시에 꽉 막히게 됐다. 특히 민주당이 향후 국회 일정을 모두 중단하기로 하면서 새해 예산안 처리는 18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도 회기 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22일 비준안이 처리된 뒤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 정권 하에서 비준동의안 무효화를 이뤄내지 못 하면 내년에 정권을 교체해서 무효를 선언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향후 모든 국회 일정을 취소하고, 국익이 보장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가 확실하게 강구될 때까지 강력하게 싸워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직 총사퇴로 맞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새해 예산안 처리는 법정 처리시한(12월 2일)을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지난 21일부터 가동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부터 ‘올스톱’ 됐다. 한나라당 내부에선 벌써부터 이번 예산안도 결국 강행처리로 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민주당이 주장한 ‘선(先) 예산안, 후(後) 한·미 FTA 처리’가 불가능해진 만큼 야당의 협조 없이 단독으로 예산안 처리를 강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앞서 여야는 다음 달 2일까지 합의 처리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고, 민주당은 다음 달 17일 야권 통합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는 만큼 선거준비 등을 위해 예산안을 기한 내에 처리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지난해까진 4대강 사업이 여야 간 반목을 거듭하게 만든 변수였으나 이번엔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예산안 처리의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
여야는 지난 3년 동안 새해 예산안을 처리할 때마다 몸싸움을 벌여왔고, 모두 법정시한을 넘겨 처리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법정시한을 넘기면 18대 국회 4년 내내 예산안 처리시한을 위반하게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복지예산 10조원 증액’을 외쳤던 민주당이 약간의 냉각기를 가진 뒤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예산안을 정부안이나 여당안대로 처리할 경우 득이 될 게 없기 때문이다.
여야가 이번 충돌의 후폭풍을 돌파하기 위해 조기 총선체제로 돌입하거나, 각자 당내 쇄신작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기성정치권이 구태를 답습함으로써 정계개편이 가속화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등 여의도 정가는 이미 소용돌이에 빠진 분위기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