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 3 수능성형? ‘생김새’보다 ‘쓰임새’ 고민해 봐요

입력 2011-11-22 17:47


‘수능성형’이라고 들어보셨는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바로 성형을 하면 대학생이 됐을 때 자연스럽게 생활할 수 있다”며 성형외과에서 고3 수험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수능 대박 기원 이벤트!’ ‘수험표 지참 40% 할인’ 등등. 겉모양만 번지르르하게 꾸밀 시간에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성격유형 및 진로적성검사 등을 받아 전공은 무엇을 할지,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지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보자.

“예! 맞아요.” “어? 정말이요?”

서울 신당동 한국청소년상담원 상담실에서 지난 17일 만난 백지혜(19·상명여대부속여고 3)양은 함박 웃다가 심각해지는가 하면 박수를 치기도 했다. 백양에게서 다양한 표정을 이끌어내는 이는 청소년상담원의 이영선 상담교수. 백양은 “대학에서 무엇을 공부할지 전공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성격유형검사(MBTI)를 받고 상담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 교수가 백양의 검사결과를 보면서 “활동적이고, 모르는 사람과 쉽게 친해지는 편이어서 친구가 많죠”라고 말했다. 백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떻게 알았느냐’는 표정. 이 교수는 “백양의 성격유형은 ESFP다. E는 바깥세계에 관심이 많은 외향형을 가리키고, F는 사람 관계에 주된 관심이 있는 감정형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런 타입은 친구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S는 사물을 이해하는 데 오감에 의존하며 실제 경험을 중시하고 현실에 초점을 맞추는 감각형, P는 상황에 따라 일정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융통성이 있는 인식형을 가리킨다.

이 교수는 “이런 유형의 성격은 디자인, 학생지도, 아동보육 등이 잘 맞고 화학엔지니어, 정신과의사, 경영컨설턴트, 변호사, 연구원 등은 잘 맞지 않는 편”이라고 알려 줬다. 성격과 잘 맞지 않은 일을 못할 것은 없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능률이 오르지 않아 성공 확률이 낮아진다는 것.

백양은 잘 맞는 직업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얼굴이 특히 밝아졌다. “패션 계통을 전공해 MD나 디스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싶었는데 확신이 없었다”는 백양은 디자이너가 잘 맞는 직업이라고 하니 좀 더 적극적으로 알아보겠다고 다짐했다. 이 교수는 백양에게 “각 대학 홈페이지에 들어가 의류학과 등 관련학과의 교과과정을 살펴보면 어떤 것을 배우는지 알게 돼 진로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면서 주위 친구들에게도 이런 검사가 있다는 것을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

MBTI는 에너지의 방향(외향E-내향I), 인식방법(감각S-직관N), 결정방법(사고T- 감정F), 생활양식(판단J-인식P)을 기준으로 검사받는 사람의 성격 유형을 알아보는 것으로, 16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자기 자신의 특징과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게 됨으로써 직업탐색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검사로, 수험생들은 직업과 연관된 학과를 추천받을 수 있다.

한국청소년상담원에선 매주 토요일 성격검사, 홀랜드 진로적성검사 및 진로흥미검사를 무료로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상담해주고 있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대학과 전공학과를 정해야 하는 요즘 검사실이 붐빌 것 같지만 평소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이 현실. 그래서 상담원은 23·24·29·30일 4회에 걸쳐 중3 및 고3을 위한 특강을 마련했다. MBTI를 실시한 이후 청소년들의 선호도 상위 직종과 유망 직종을 중심으로 진로특강을 진행한다. 선정된 직종은 바리스타, 의사, 포털 사이트 운영 및 정보기술(IT)업계, 헤어디자이너, 프로파일러 경찰, 스튜어디스, 방송PD, 공무원. 각 분야 전문가들이 나서서 업무 특성을 강의한다.

이 교수는 “학교마다 실시하는 진로적성검사 결과를 갖고 오면 상담원에선 한 MBTI 검사 결과와 연결해 좀 더 자세한 진로지도를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시험이 끝난 뒤 불안 우울 무기력 등의 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면 상담을 통해 MMPI(다면적인성검사) 등 진단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검사도 상담원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모든 검사와 상담은 전화(02-730-2000)로 예약한 다음 지정된 날에 받을 수 있다. 1388로 전화하면 집에서 가까운 청소년상담지원센터를 소개받을 수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커리어넷(www.careernet), 서울시교육청 진학진로정보센터(www.jinhak.or.kr), 한국고용정보원의 청소년 워크넷(www.work.go.kr/youth)에서도 진로관련 검사를 무료로 할 수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