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증시… 채권형 펀드 수익 짭짤

입력 2011-11-22 17:36


‘본전치기만 해도 성공’이라는 올해 재테크 시장에서 과연 수익을 기록 중인 자산 유형은 없을까? 주식이나 채권, 자문형 랩어카운트와 부동산 모두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단 한 가지 자산이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익률이 눈에 띄지 않아 재테크 수단이라기보다는 ‘예금 취급’을 받았던 채권형 펀드다.

채권형 펀드는 운용대상에 주식을 포함시키지 않고, 안정적인 채권이나 채권 관련상품에 신탁재산의 60% 이상을 투자하는 상품을 말한다. 채권형 펀드는 그동안 매년 3∼4%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거두는 주식형 펀드에 밀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8월 폭락장을 겪으며 주식형 펀드가 큰 손실을 입는 동안 채권형 펀드는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특히 환율 동향에 맞춰 해외 채권형 펀드를 주목하면 높은 수익을 노릴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22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FnSpectrum)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펀드들 가운데 국내 채권형 펀드 294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지난 18일 기준으로 평균 4.17%를 기록 중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들이 같은 기간 -9.97%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해외 채권형 펀드 138개는 연초 이후 평균 2.43%의 수익을 거뒀다.

국내 채권형 펀드는 최근 6개월간의 수익률도 2.6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는 13.35%나 손실을 입었다. 채권형 펀드는 올여름 주식시장을 강타한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대외변수에 시달리지 않고 꾸준히 안정적인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수익률 기준으로 국내 채권형 펀드 상위권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품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엄브렐러증권전환형투자신탁’과 ‘미래에셋퇴직플랜증권자투자신탁’은 연초 이후 5.55%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ABF 코리아인덱스증권투자신탁’이 5.41%의 수익률로 뒤를 따랐다.

해외 채권형 펀드 중에서는 얼라이언스자산운용과 알리안츠자산운용의 상품들이 착실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얼라이언스자산운용의 ‘AB이머징마켓증권투자신탁’은 6.77%, 알리안츠자산운용의 ‘알리안츠핌코이머징마켓증권투자신탁’은 6.5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JP모간자산운용의 ‘JP모간이머징마켓증권투자신탁’의 수익률도 5.90%로 준수한 편이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유럽 재정위기 등 계속되는 해외 변수들로 인한 변동성 장세에 지친 투자자들이 저위험 상품군을 찾고 있고, 그에 따라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도 동반 상승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배현의 글로벌운용전략팀장은 “올해 큰 변동성 장세가 지나간 뒤 저성장·저금리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펀드 투자자들은 수익보다 위험관리에 초점을 둔 채권형 펀드나 자산배분형 펀드, 시장중립형 펀드 등에 더욱 관심을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채권형 펀드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해외 채권형 펀드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신흥시장을 포함한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이머징마켓 국가들의 환율이 선진국에 비해 강세를 보일 것이기 때문에, 해외 채권에 투자한 펀드가 결국 수익을 거둘 것이라는 설명이다. 원·달러 환율이 안정 추세로 접어드는 것도 해외 채권형 펀드의 전망을 밝게 한다.

하나대투증권 임세찬 연구원은 “8월처럼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시기만 피한다면 해외 채권형 펀드의 수익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