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채 위기’ 단골 중남미가 달라졌다
입력 2011-11-22 21:56
중남미 국가는 ‘외채위기’ 단골이었다. 1982년 멕시코의 외채상환불능 선언 이후 중남미는 재정지출 팽창, 경제개혁 지연 등으로 경기침체와 위기가 계속 반복됐다.
하지만 달라졌다. 최근에는 아시아와 함께 세계경제를 선도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만성적인 위기국가를 벗어난 비결은 과감한 경제개혁과 함께 재정건전성 강화, 빈곤층 감축(중산층 육성), 자유무역 확대에 있다.
기획재정부는 22일 ‘중남미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경제지표들이 정상 수준이거나 견실한 성과를 보이고 있을 때 위기의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며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사례를 소개했다.
91년부터 94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7.7%에 이를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아르헨티나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제전망이 파국을 불렀다. 늘어나는 재정적자, 높아지는 부채에 안이하게 대처했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93∼98년 실질 재정지출은 연평균 5.5%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98년 40.9%에서 2001년 62.2%로 급증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2001년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다.
멕시코는 76년 대규모 유전을 발견한 뒤 석유·천연가스를 밑거름으로 경기 호황을 만끽했다. 이후 석유가격은 떨어졌지만 멕시코 재정지출은 계속 늘어났고, 경상수지 적자가 쌓이면서 외환보유액은 바닥이 났다.
그러나 중남미 국가들은 2003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최장기 경기 호황을 경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각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던 2009년 중남미 전체 국가의 경제성장률 하락 폭은 -1.8%에 그쳤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페루 베네수엘라 등 라틴아메리카 7개국(LAC-7)은 2009년 이후 빠르게 경제회복을 하며 중남미 전체 성장을 이끌었다.
툭하면 위기에 빠지던 중남미 국가들이 환골탈태한 배경에는 실용주의적 경제개혁이 있었다. 브라질을 중심으로 중남미 내수시장이 커지자 각국은 중산층 확대 정책을 폈다. 브라질의 경우 빈곤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32.1%로 2002년 이후 5000만명 이상 줄었다.
칠레 페루 콜롬비아 등은 아시아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적으로 맺고 수출 확대에 주력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과 교역이 줄자 아시아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또 중남미 국가들은 과감한 경제통합을 이루면서 에너지, 식량, 환경문제에 대한 독자적인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MERCOSUR)과 안데스공동시장(CAN) 등이 합쳐져 지난 3월 12개국이 참여한 남미국가연합(UNASUR)이 출범하기도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노력, 재정건전성 확보, 중산층 육성 등으로 시장 신뢰를 확보했기 때문에 중남미 국가들이 탈바꿈한 것”이라며 “경제 호황기에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에 힘쓰고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