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소업체 울리는 대형 유통업체 횡포
입력 2011-11-22 17:43
TV홈쇼핑과 대형마트도 중소업체를 상대로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TV홈쇼핑은 중소업체로부터 판매금액의 33% 이상을 수수료로 받았고, 대형마트는 높은 마진을 챙기면서 별도로 상품매입금액의 10%를 판매장려금으로 걷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개 TV홈쇼핑(GS, CJO, 현대, 롯데, 농수산)과 3대 대형마트(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에 상품을 납품하는 중소업체 156곳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TV홈쇼핑은 여성캐주얼, 생활용품, 주방용품의 경우 50%가 넘는 수수료율을 적용했고 ARS(자동응답시스템) 할인·무이자할부·세트제작 비용 등을 중소업체에 부담시켰다. 대형마트는 판매장려금 말고도 물류비, 판촉사원 인건비, 상품권 구입 강요 등 불공정행위를 자행했다.
납품업체로부터 온갖 명목으로 비용을 뜯은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의 잘못된 관행을 TV홈쇼핑과 대형마트가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특히 3대 백화점보다 더 높은 수수료를 받은 TV홈쇼핑은 악덕 기업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노점상들에게 자릿세를 뜯어가는 조직폭력배와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TV홈쇼핑과 대형마트는 중소업체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성장가도를 달렸다. 농수산홈쇼핑을 제외한 4개 TV홈쇼핑은 최근 5년 동안 총 영업이익이 연평균 10.5%, 3대 대형마트는 14.5% 성장한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독과점 구조를 악용해 중소업체 위에 사실상 군림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 논리가 아니라 힘의 논리로 납품업체를 압박하는 구조 아래서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기대하기 힘들다. 공정위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TV홈쇼핑과 대형마트의 판매수수료·판매장려금 인하를 독려하고, 불공정 관행을 뿌리 뽑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3대 백화점, 5개 TV홈쇼핑, 3개 대형마트를 제외한 대형 유통업체들의 판매수수료 자율 인하도 적극 유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