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광인의 길을 따르겠습니다” 고 옥한흠 목사와 30년 동행 이야기… ‘나는 잇는다’

입력 2011-11-22 17:27


나는 잇는다/김명호 지음/국제제자훈련원

“지난 30여 년간 나는 옥한흠이라는 퍼스트 바이올린 곁에서 세컨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축복과 은혜를 누렸다. 광인(狂人)이라 불렸던 이 수석 연주자는 자신의 삶을 신앙이라는 음악의 제단에 고스란히 바쳤다. 그가 연주할 때 그의 바이올린은 헌신의 울림으로 가득찼고 그의 활은 섬김의 긴장으로 끊어질 듯 팽팽했다. 그의 음악은 아름다운 제자의 길이었고 나는 그 곁에서 광활한 신앙의 바다를 활보하는 은보(恩步·은혜의 발걸음·옥한흠 목사의 호)의 궤적을 보았다.” 책의 서문에 나오는 저자의 말이다.

누구나 글을 쓸 자유가 있다. 그러나 꼭 ‘어떤 글’을 써야 할 사람이 버젓이 있는데 굳이 다른 사람이 ‘써 버리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나는 사랑의교회를 개척한 고 옥한흠 목사에 대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그와 함께 평생 고락을 함께했던 동지, 일생 그를 따랐던 제자들이야말로 글을 쓸 자격과 권리가 있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 더구나 ‘나는 잇는다’는 자신 있는 제목을 건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에 불과하다. 국제제자훈련원 대표인 김명호(50) 목사는 충분히 그 자격을 갖춘 인물이다. 그에겐 권리도 있다. 그래서 그가 쓴 이 책의 출간이 반갑다.

1981년 7월 어느 날, 강남은평교회(사랑의교회 개척초기 이름) 담임 옥한흠 목사는 20세의 총신대 3학년생인 김명호 학생을 부른다. “너, 전도사 해라!” 옥 목사의 말이었다. “…목사님, 저는요, 좀 더 대학생활을 누리고 싶습니다. 벌써부터 구속받고 싶지 않다고요.” 그의 대답에 옥 목사가 단호하게 말했다. “담임 목사가 하라면 하는 거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30년 동안 이어졌다. 옥 목사가 이 땅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김 목사는 그의 제자훈련 철학, 광인 정신을 국내외로 전파했다. 사랑의교회 제자훈련 철학이 한 교회에 머물지 않고 한국 및 해외 한인교회의 귀중한 자산이 된 것은 고 옥 목사의 탁월성과 헌신에 기인된 바 크지만 김 목사를 비롯해 사랑의교회 담임 오정현 목사와 세계선교부 담당 유승관 목사, 강명옥 전도사, 호산나교회 원로 최홍준 목사 등 그와 함께 한 생명 다 바쳐 제자훈련의 노래를 불러온 ‘복음 동지’들의 역할도 컸다.

김 목사는 국제제자훈련원을 책임지면서 척박한 국내의 기독교 연구소 문화의 고양에 크게 기여했다. 스스로 ‘세컨드 바이올리니스트’로서 겸손함을 유지했지만 그가 누구보다도 ‘행복한 2인자’였다는 사실을 주위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탁월한 수석연주자와 진정 그를 사랑하며 동행하려 했던 세컨드 연주자의 아름다운 결합은 잠자던 평신도들, 교회 내 ‘얼어붙은 성도’들을 깨우고 활활 타오르게 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빛바랜 사진첩을 넘기는 것과 같은 아련함이 어린다. 거기에는 젊은 옥한흠 목사가 있었다. 설악산 권금성에서 동역자들과 함께 있는 사진 속 옥 목사는 젊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이 땅에 없다. 김 목사는 자신에게는 ‘남겨진 숙제’가 있다고 말했다. 고 옥 목사가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제자훈련 사역을 이어가며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다. ‘나는 잇는다’는 제목은 그래서 비장하다.

독자들은 제목 앞 ‘한 영혼에 목숨 거는 제자훈련 정신을’이라는 목적어에 주의해야 한다. 그 ‘이어감’이 어찌 김 목사 혼자만의 숙제이겠는가. 참으로 디트리히 본회퍼가 말한 대로 ‘제자도가 없는 기독교는 언제나 그리스도가 없는 기독교’다. 교회가 쇠락하고 소비주의 종교와 물량주의 선교가 횡행하는 지금 시대에 오직 주의 심정으로 한 사람에 ‘생명을 건’ 고 옥 목사의 제자도 정신은 우리 모두가 이어야 할 과제일 것이다.

모든 크리스천들이 읽으면 좋지만 특히 목회자와 신학생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30년간 이어진 퍼스트 바이올리니스트와 세컨드 바이올리니스트의 멋진 동행, 그 속에 깃든 하나님의 섭리, 그리고 남은 과제…. 깊은 울림이 있으리라.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