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보호구역 5년… 좋은 정책 만들어 놓고 관리도 못하는 현실 반성을

입력 2011-11-22 17:37


정부가 백두대간보호법을 만들어 관리한지 5년이 넘었다. 2005년 백두대간보호구역이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생태축 개념의 보호지역을 만들었다. 670㎞를 자연 또는 산림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자연정책의 국제적 모범사례다.

이렇게 좋은 정책과 제도를 만들었는데 정작 현장관리는 미흡하다. 무엇보다 주무부처인 산림청의 현장관리 누수가 곳곳에 보인다. 보호구역에 통일된 디자인의 입간판조차 없다. 현장에 가보면 각종 등산안내판과 관광안내판은 있어도 백두대간보호구역을 제대로 설명하고 위치를 표시한 도면이 펼쳐진 안내판은 찾을 수 없다.

6개도, 32개 시군에 걸쳐 면적이 2634㎢에 이르는 백두대간 보호구역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에서의 공간 관리가 핵심이다. 그러나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환경부나 현장을 담당하는 산림청이나 동식물의 보고인 백두대간 현지 관리에는 부족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담당자도 없고, 순찰도 없고, 무엇을 지키고 보전할 것인지에 대한 일상적인 모니터링도 없다.

국립공원은 공원 한 곳에 최소 25명 가량의 정규직 직원이 탐방관리부터 시설유지, 감시 및 단속 등의 보호관리까지 나름대로 체계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국립공원보다 더 높은 법적 지위와 국가적 상징성을 담은 백두대간은 일선에 전담하는 공무원이 한명도 없다. 다른 업무를 하면서 그저 책상에서 문서상으로 백두대간을 되뇌일 뿐이다.

백두대간보호구역 5년을 성찰해 볼 때 가장 중요한 행정과제는 백두대간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조직과 전문 인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스스로 책임을 방기한 산림청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더불어 백두대간보호구역 관리에 필요한 예산 지원에 인색했던 기획재정부나 인력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행정안전부도 반성해야 할 것이다.

민간단체와 학자들이 백두대간을 국가의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고 요구한 것은 무엇보다 백두대간이 지닌 한반도 자연생태계의 척추라는 가치, 즉 생물다양성과 멸종위기 동식물의 서식지로서의 가치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제적으로 거의 유일하고 독특한 개념인 ‘하천의 유역을 나누는 경계를 바탕으로 한 지리인식체계’로서 백두대간이 인류의 공간에 대한 철학과 학문적 접근에서 매우 독특하고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난개발과 보전의 기로에 서 있는 백두대간을 국가의 최상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환경생태와 문화역사를 지키고 가꾸고자 한 것이다. 더불어 도로, 광산, 댐, 송전탑, 군사시설, 목장, 고랭지 밭 등으로 신음하고 훼손된 곳을 생태복원하기 위해 지정한 것이다.

백두대간 보호구역 지정이후 그나마 성과라면 방치된 군사시설을 자연의 품으로 되돌린 것이다. 강원도 양양의 마산봉정상 군주둔지, 대관령 군부대 폐 벙커, 강원도 인제 방태산에 방치된 통신기지, 경북 김천 바람재 미군시설 등을 적극적으로 조사해 생태를 복원했다.

그러나 사용하지 않고 용도가 거의 끝난 도로와 광산은 안타깝게 복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한반도 3대 생태축의 정점인 백두대간은 47개의 포장도로와 폐광산 등으로 평균 8㎞마다 단절돼 있다. 생태축의 연결과 회복을 위해 우선 폐도 복원사업이 시급하다. 민통선과 가까운 설악산 미시령부터 시작해 강원도 태백·정선의 경계인 두문동재, 소백산 이화령, 덕유산 신풍령 등의 옛길이 대표적으로 생태복원이 필요한 곳이다. 즉 산정상이나 고개 정상부를 넘나드는 주요 국도와 지방간선도로를 터널화한 뒤 옛 도로의 아스콘을 걷어내고 생태와 자연의 공간으로 되돌려 주는 작업이 바로 폐도 복원이다. 이는 또한 야생동물의 로드킬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