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이 쏘아올린 유종의 美… LPGA 시즌 마지막대회서 첫 우승 감격

입력 2011-11-21 19:00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1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 대회 최종 4라운드가 열린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그랜드 사이프레스 골프장(파72·6518야드) 18번홀(파4).

2타차의 선두를 달리던 박희영(24·하나금융그룹)의 두 번째 샷이 그린 왼쪽 배수구 쪽으로 날아갔다. LPGA 첫 우승이 아른거리던 박희영은 순간 아찔했다. 지난 8월 세이프웨이 클래식 대회 17번홀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홀 보기로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한 기억이 떠올랐다. 침착하자고 마음을 다 잡은 박희영은 3번째 샷을 홀 1m에 붙여 파로 마무리, 박희영의 실수만을 기대하던 산드라 갈(독일)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가 된 박희영이 공동 2위 산드라 갈(독일), 폴라 크리머(미국)를 2타차로 제치고 우승한 순간이었다. 2008년부터 LPGA 투어에 진출, 96번째 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박희영의 생애 최고 순간이기도 했다.

이미 2005년도에 국내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스윙폼을 지닌 선수’로 뽑힐 만큼 완벽한 샷을 구사했던 그였지만 미국 무대 정상에 서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다.

아마추어 국가대표를 지낸 뒤 2005년 프로로 전향한 그는 그해 9월 파브 인비테이셔널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최나연(24·SK텔레콤)을 제치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왕을 수상했다. 2006년에도 2승을 보탠 박희영은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1년 후배인 최나연, 신지애 등이 LPGA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지만 박희영은 2009년 3월 혼다 LPGA 타일랜드와 같은 해 11월 미즈노 클래식 등 준우승 두 차례가 최고 성적일 정도로 부진했다.

본인 스스로도 “이번 우승이 앞으로 내 인생을 바꿔놓을 것 같다”며 기뻐한 박희영은 최종일 라운드에 나서기 직전 연습장에서 크리스티 커(미국)로부터 “희영, 너는 할 수 있어”라는 격려의 말을 들었던 사실도 공개했다.

이번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LPGA 대회 가운데 7월 US여자오픈의 유소연(21·한화)과 10월의 사임 다비 말레이시아의 최나연을 포함해 3승을 수확했다. 2000년 박지은과 김미현이 1승씩 2승을 거둔 이후 한국(계) 선수 최소 승수를 기록한 한 해였다. 하지만 최나연이 LPGA 대회에서 한국(계)선수 통산 100승의 위업을 쌓은데 이어 200승으로 가는 첫 걸음을 박희영이 뗀 셈이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