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신임 총리 라호이 국민당 대표… 위기 맞서지만 기적은 없다”

입력 2011-11-21 19:00

마리아노 라호이(56) 스페인 국민당 대표가 경제 불안이 엄습한 나라를 이끌 신임 총리로 선택됐다. 적자감축, 실업해소, 경제성장 등 당면 과제가 산더미다.

라호이 대표는 이른바 포커페이스를 지닌 정치인이다. 그가 태어난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지역 사람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하다. ‘갈리시아인은 계단에서 만났을 때 올라갈지 내려갈지 알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AP통신은 라호이를 “모호함에 의존해 성장한, 광택이 나지 않는 정치인”으로 평했다. 선거를 앞두고 TV토론에 출연해서는 미리 준비한 원고를 줄줄 읽기만 해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1996∼2004년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정권에서 네 차례 장관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화려하지만 스스로 이룬 게 거의 없다는 평가도 있다. 2003년 당 대표가 됐을 때는 당내 선거를 거친 게 아니라 아스나르 총리에 의해 지명됐다.

신중하고 인내심 많은 성격이 위기 상황에서 적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는 총선 승리 뒤 TV연설에서 “위기와 맞서 싸우겠다. 그러나 기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경제지에 따르면 그는 이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 통화를 갖고 금융 지원에 관해 협의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스페인 일간 엘파스와의 인터뷰에서 라호이는 “연금을 제외하고 어떤 분야에서든 긴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어떤 식으로 내각 구성을 할지도 변수다. 기술 관료보다 선출된 정치인을 더 선호하는 편이지만 정계 외부 인물을 재무장관에 앉힐 가능성도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라호이는 일간지보다 스포츠신문을 더 읽는다고 스스로 밝힐 정도로 스포츠 광이다. 프로축구 클럽 레알 마드리드의 팬이다. 회색 턱수염은 20대 시절 교통사고로 생긴 상처를 감추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은 최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6.975%를 기록하는 등 정부의 채무 능력이 시장의 신뢰를 크게 잃은 상태다. 청년 실업률은 45%에 이른다. 중도 우파인 스페인 국민당은 20일 치러진 총선에서 득표율 44.6%로 28.7%를 얻은 집권 사회당에 승리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