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혁을 위한 미국인들’ 대표 노퀴스트 때문에… 美 재정적자 감축협상 실패 위기
입력 2011-11-21 18:59
미국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의회 특별위원회인 ‘슈퍼위원회’가 정해진 시한 내 합의점을 찾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전했다. 민주당은 줄곧 “부자 증세”를, 공화당은 “복지예산 삭감”을 주장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양당은 합의 실패를 보수 이익단체 ‘세제 개혁을 위한 미국인들(ATR)’의 대표 그로버 노퀴스트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어떠한 세금 인상에도 반대하겠다는 내용으로 그와 맺은 서약 때문에 눈치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왜 실패했나=공화당 측 공동위원장인 젭 헨서링 의원은 CNN방송에서 “상당한 난제에 부닥쳤다”고 분위기를 전했고, 민주당의 패티 머레이 의원도 “공감대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슈퍼위원회는 지난 8월 정부부채 한도 증액에 합의하면서 향후 10년간 1조2000억 달러의 재정적자 추가 감축 방안을 마련키 위해 출범시킨 초당적 의회기구로 민주·공화당에서 6명씩 총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합의 시한은 23일이지만 규정상 48시간 전에 합의안을 발표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시한은 21일 자정이다. 그런데 노퀴스트란 이름이 불쑥 튀어나왔다. 머레이 의원이 “회의에서 매번 그가 언급됐다”고 말할 정도였다. 노퀴스트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요청으로 1986년 ‘작은 정부와 적은 세금’을 목표로 한 ATR 수장이 된 공화당의 숨은 권력자로 통한다. 공화당 의원들은 그의 눈에 들기 위해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납세자보호 서약’에 사인해 왔다. 공화당에서 대통령 선거 경선 후보들은 물론 총 270여명의 의원이 서명했다.
당초 민주당도 이런 상황을 인지, ‘증세안’으로 공화당의 발목을 잡은 것. CBS는 “이 서약이 해결책을 찾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의 눈치를 보느라 협상에서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공화당 의원들도 ‘병적 과대망상증 환자’라며 그를 욕하고 있다.
◇제2 신용강등 사태?=합의에 실패하면 1조2000억 달러의 지출을 2013년부터 국방비와 비국방비에서 절반씩 자동 삭감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예산 자동 삭감을 바꾸는 어떠한 법안에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럴 경우 백악관이 추진했던 근로소득세 경감과 장기 실업수당 수급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내년 대선과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른 이전투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미국의 두 번째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다. 이미 무디스,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등급 하향 조정을 예고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 등이 동반된다면 전례 없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장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슈퍼위원회 합의가 이뤄졌어도 적자 문제 해결엔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WSJ는 “적절한 경제 성장이 없다면 미국의 재정적자는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며 이 주장을 뒷받침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