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기료 10%대 인상안 정부와 협의없이 의결 왜?… 소액주주 소송 부담 빌미 안 주기 속내

입력 2011-11-21 18:50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평균 10%대 인상하는 안을 정부와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의결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겨울철 전력수급 안정과 영업적자 해소를 위한 고육지책이란 설명이지만, 한전 소액주주들의 소송을 피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한전은 지난 17일 김중겸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어 전기요금 10%대 인상안을 의결했다. 한전 관계자는 21일 “사외이사들이 주도해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의하고 의결했다”면서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사외이사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주택, 농사용은 동결하되 산업용의 경우 인상률을 대기업은 많이 올리고 중소기업은 적게 올리는 안을 마련했다.

이번 이사회 의결은 과거 관행을 깬 파격이다. 종전까지는 한전이 비공개로 인상안을 지식경제부에 전달하면 지경부가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를 거쳐 정부안을 확정하고, 이를 다시 한전이 이사회를 열어 의결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와 사전협의 절차 없이 한전이 먼저 의결하고 지경부에 인상안을 넘겼다.

그러나 전기사업법상 전기요금 인상은 지경부 장관의 인가가 필요해 한전 이사회 의결은 절차상 큰 의미는 없다는 게 지경부의 설명이다.

한전이 과거 관행을 깬 가장 큰 이유는 한전 소액주주들이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해 손해가 발생했다”며 김쌍수 전 한전 사장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낸 전례 때문이다. 한전 경영진과 이사회가 ‘영업적자 해소를 위해 전기요금을 인상하려는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근거로 남겨 소송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고 이번 의결을 했다는 것이다.

지경부 고위관계자는 “한전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이 소액주주들에게 소송 당할 수 있다는 부담을 많이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한전 이사회 의결과 관계없이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인상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