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3분기 순익… SK 나홀로 상승, LG 사상 첫 적자
입력 2011-11-21 23:29
국내 10대 그룹의 3분기 순이익이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악조건 속에 지난 분기보다 대부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SK그룹은 오히려 순이익이 크게 늘어난 반면 LG그룹은 순이익이 급감하며 3분기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명암도 엇갈렸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10대 재벌그룹 중 상장 계열사(연결재무제표 작성대상)의 3분기 순이익이 전 분기보다 증가한 곳은 SK그룹이 유일했다. SK그룹 상장 계열사 5곳의 순이익은 2조2106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72.12% 증가했다.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의 순이익이 506.23% 급증해 그룹 전체 실적 개선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 10곳의 순이익은 모두 합해 4조288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12% 감소하는 데 그치며 내외의 악조건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1.84% 감소한 반면 삼성물산(41.56%)과 제일모직(33.02%)의 순이익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LG그룹의 추락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다. 아직 3분기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지주사 LG를 제외한 그룹 상장 계열사 10곳의 순이익은 4257억원 적자였다. LG에 대한 3분기 순이익 예상치인 3102억원을 더해도 LG그룹은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순이익 합산치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그룹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나란히 적자로 돌아선 것이 그룹 전체 실적 악화의 주범이었다. LG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지분관계에 따라 적자가 중복 계산되는 부분도 있다”면서 “여기에 LG의 흑자를 포함하면 적자폭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현대차그룹의 순이익은 4조8317억원에서 3조2677억원으로 32.4% 축소됐고, 포스코그룹의 순이익도 전 분기보다 83.0% 줄어든 2331억원을 기록했다. 한진그룹의 적자폭은 2528억원에서 3분기 6103억원으로 확대됐다. 현대중공업과 롯데그룹은 각각 29.2%, 31.63%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최고경영자들의 판단과 대응의 차이에 따라 실적의 명암이 엇갈린 것으로 분석했다. 키움증권 박연채 리서치센터장은 “그룹마다 5년 앞을 내다보고 대비하는 자세가 달랐다”며 “예를 들어 삼성은 스마트폰이나 비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했지만, LG는 기존의 가전과 LCD 중심으로 중복 과잉투자를 하고 스마트폰 쪽의 대응이 2∼3년 늦은 것이 지금의 실적 차이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맹경환 이경원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