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목회자 위해 간 기증한 충주 신성성결교회 이승호 목사 “그 마음 알기에 도울 수밖에…”

입력 2011-11-21 18:01


추수감사의 달에 귀한 생명을 나눈 목회자가 있다. 그는 자신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주의 종에게 간을 60% 떼어내 자신의 생명을 줬다. 그렇게 몸과 마음을 서로 나눈 두 목회자는 “앞으로 오랫동안 주님의 비전을 함께 이뤄가는 일에 동역하겠다”고 다짐했다.

충주시 신성성결교회 이승호(48) 목사는 지난 9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장기기증을 위한 간 적출 수술을 받았다. 수혜자는 대전에서 목회하는 최병선(55·한사랑감리교회) 목사. 간경화로 10여년 전 수술을 받았던 최 목사는 목회에 전념하다 다시 상태가 나빠져 간이식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 목사는 “최 목사님의 사연을 듣는데 문득 대학시절 만났던 한 신부님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이 목사는 당시 부족한 학비를 채울 길이 막막했다. 그때 커피숍 사장을 통해 성당에서 신부를 만났고, 그 신부가 등록금을 내줬다.

“왜 나를 도와주느냐고 신부님에게 물었습니다. 신부님은 ‘동정이나 사랑이 아니다. 단지 나와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데, 돈 때문에 포기할까봐 안타까움에 돕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후에 너도 도우라’고 충고했습니다.”

당초 이 목사는 올해 초 교회 부목사였던 한 선교사의 딸에게 간이식을 해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이가 어려 성인 남성의 간을 이식하는 게 어렵다는 결과를 접했고, 장기기증은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최 목사의 사정을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목사가 수술대에 오르기까지 주변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컸다. 그럴 때마다 그는 “나쁜 목사는 목회해도 아픈 목사는 목회 못 한다”고 설득했다. “4년 전 제가 축구를 하다 다리를 다친 적이 있는데, 모르고 방치하다 그만 인대 파열로 한 달 정도 병원에서 누워 지낸 적이 있습니다. 12월 교회가 한창 바쁠 때였지요. 아프니까 목회를 할 수 없어 참 힘들었습니다. 최 목사님도 그럴 것입니다. 몸이 아픈 것보다 더 힘든 게 바로 목회를 못하는 것이거든요. 그것을 알기에 가만있을 수 없었습니다.”

이 목사는 수술 부위에 약간의 염증이 생겨 예정보다 퇴원이 조금 늦춰졌다. 그는 “최 목사님을 병원에서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셔서 앞으로 주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세워가는 일에 서로 협력하고 격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