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FTA 찬성 당론 못 이끌어… 총선 출마 않겠다”
입력 2011-11-21 21:48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21일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된 국내 피해분야 지원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 재도전을 위한 정치적 승부수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는 2002년, 2007년 대선에 나갔지만 연거푸 실패했다.
이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나는 최근 대표직을 사퇴하기까지 우리 당의 대표로서 한·미 FTA에 대한 당론을 정하고 진두지휘해 왔다. 한·미 FTA 비준이 목전에 다가온 이 절박한 시점에 ‘선대책’이 제대로 안 된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며 “그 책임을 통감하면서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비준동의안에 찬성 입장인 이 전 대표는 대표 시절 ‘선(先)대책, 후(後)비준’ 당론 결정을 이끌었다. 그러나 심대평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지난 18일 의원총회에서 이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비준동의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전 대표는 의총에서 심 대표를 비판하며 “이제는 비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자신의 소신과 다르게 당론이 확정되자 강한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이 전 대표는 간담회에서 비준동의안 찬성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선대책의 실현 가능성이 없게 된 현 시점에서 자꾸 선대책만 주장하는 것은 결국 한·미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비준동의안에 찬성하되 부족한 부분을 정부가 성실하게 보완하도록 부대의견으로 요구하는 게 옳은 길”이라고 강조했다. 본회의 표결 참여 여부에 대해서도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 정상적인 표결 과정이 될 때는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총선 불출마가 정계은퇴로 이어지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것과는 관계없다”고 못 박았다. ‘대선 역할론’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여운을 남겼다.
향후 정치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이 전 대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이 주장했던 보수대통합 작업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벌써부터 여권 일각에선 그가 ‘대(大)중도신당’을 추진 중인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협력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처럼 이 전 대표가 “총선전 보수연합은 없다”고 선을 그은 심 대표와 정반대 행보에 나설 경우 자유선진당 내 갈등이 단초가 돼 보수진영 개편을 촉발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 탄생을 주도했던 ‘영원한 총재’ 이 전 대표는 이제 일흔의 나이를 훌쩍 넘겼지만 한나라당 창당 14주년인 이날 새로운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