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등 불법사용 근절 위해 정치자금법부터 먼저 개정해야”
입력 2011-11-21 21:46
정치자금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정치자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각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자금을 허투루 쓴 이들을 모조리 사법처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2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치자금 세미나와 기자회견장에서는 정치인들의 정치자금 사용 실태가 보고될 때마다 한숨 소리가 들렸다.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한 감독 실태와 정치권의 도덕 불감증에 욕설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최근의 안철수 현상 역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정치자금 문제를 바로잡아야 정치개혁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법처리·법개정 한목소리=‘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인 이헌 변호사는 “국민일보의 정치자금 보도 이후 분노한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국회의원들은 관행이라고 하지만 명백한 범법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엄중한 법적 조치와 입법 청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치자금 세미나를 주최한 ‘정치자금 투명성 연대회의’ 준비위원회는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을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정치자금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에선 정치자금 수입 내역의 인터넷 공개를 금지하고 있고, 1년 중 3개월만 시민들의 요청이 있을 때 우편으로 공개토록 하고 있다. 연대회의 김근동 준비위원장은 “선관위가 정치자금 사용 내역을 샅샅이 조사해 불법 사용이 드러난 의원은 즉각 고발해야 한다”며 “국회도 국민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상세히 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정치자금법을 즉각 개정해야 하며, 이를 위해 시민사회가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류석춘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누구나 정치자금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정치인들의 쓰임새를 감시하는 것은 물론 일부 거액 후원자에 의해 정치가 좌우되는 것을 견제할 수 있다”며 “정치권의 도덕성 회복을 위해서도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사무처에서 지급하는 각종 연구세미나 비용과 홍보 비용도 의원별로 같이 공개해 정치인들이 어디서 얼마나 받아 어디에 썼는지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득 그린피플연맹 총재는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도 않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지도가 단숨에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과 맞먹을 정도로 높게 나타난 것도 “정치인을 국민들이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자금 불법 사용에서 나타났듯이 근본적으로 한국 정치인들의 자질이 문제”라며 “이를 개선하지 않고는 기성정치권이 안철수 신드롬을 극복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종일 뉴라이트학부모연합 대표는 “우리가 아무리 질타해도 다음 선거에서 또 영남은 한나라당, 호남은 민주당이 공천하면 당선되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아무 소용이 없다”며 “잘못된 정치자금 지출은 법으로 확실히 처벌받고 아예 공천을 받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가 나선다=정치자금 연대회의는 국민일보의 정치자금 분석 보도가 이뤄지던 지난달 초 10여명의 시민단체 대표들이 모여 결성했다. 당시 참여 의사를 밝힌 단체는 4∼5곳이었지만, 1개월여 만에 24곳으로 늘어났다. 연대회의 측은 “주로 보수 성향의 단체와 인사들”이라며 “한나라당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한나라당 의원만 먼저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자금의 불법적인 지출 사례를 모두 검찰에 고발하기로 뜻을 모았다. 시민감시단 구성에도 착수했다. 시민감시단은 정치자금 검증과 지속적인 감시 활동을 벌이게 된다.
연대회의는 또 내년 총선 때 정치자금 문제를 공천 기준에 포함시키도록 요구하는 등 정치개혁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김 준비위원장은 “보수냐 진보냐 이념 차이를 넘어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정치권의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며 “범시민 차원의 정치개혁 운동으로 발전시켜가겠다”고 밝혔다.
탐사기획팀 indepth@kmib.co.kr